중국측의 전통기법은 하나의 교훈 한-중 현대서화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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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근래에 와서 외국과의 미술교류전이 활발해진 인상을 준다. 교류전은 단순한 우호증진의 의미 이상으로 자국의 미술문화를 진작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늘어나고 있는 교류전은 우리미술에 많은 자극원이 될 것으로 본다.
한중 현대서화전(8월12일∼9월9일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동안 한중서화연합회가 추진해 왔던 사업으로, 자유중국과 한국과의 현대미술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전보다도 그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알찬 느낌을 주는데, 특히 자유중국측의 내용은 오늘의 중국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규모의 것이어서 더욱 의의를 지니게 한다.
역사적인 의미에서나 문화적인 의미에서 우리와 가장 오랜 연대를 가져온 중화민국과의 현대서화교류는 유사한 미술전통과 현대적 상황에 처해 있는 두 나라의 문화적 현실로 미루어 다른 어느 나라와의 교류전보다도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예와 동양화의 경우는 그 연원이 같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전통을 두 나라만이 계승·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독특한 양식의 미술을 어떻게 발전·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상호 연구의 터전이 더욱 넓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중현대서화전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시의에 적절한 전시로 보이며, 이를 기해 더욱 문화적 유대가 공고해질 것으로 본다.
대체로 중국측 출품작들에서 받는 전체적 인상은 전통적 양식과 기법에 대한 뿌리깊은 인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고유한 방법에 대한 신뢰감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생각에 훨씬 앞서 있는 느낌이다.
이런 점은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한국측 출품작들은 비교적 자유스러운 방법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나 전통해석과 현대적 미의식의 수용에 있어선 다소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서로의 우열보다 좋은 비교가 될 것 같다. 세계적으로 동양미술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전시가 갖는 의미는 고유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는뎨 있다고 생각해본다. 오광주<미술평론가>@@오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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