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에선 일본.태국에 이어 세 번째다. 웬만한 해외명품 브랜드는 거의 다 들어와 있는 한국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이미지 디렉터 로도미아 푸치는 "후발주자라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의 창립자인 에밀리오 바르센토 푸치 후작의 딸이다. 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동안 준비했다"며 "소비자들이 푸치의 옷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일본에서 깨달았는데 이제 한국은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슨 '준비'인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한국 여성들이 맵씨가 있고 서울은 전통이 살아있는 첨단 도시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미지와 딱 맞다"고만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론 푸치 스스로도 그 동안 한국에 진출할 여건이 안 됐던 것으로 보인다.
푸치는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20여년 동안 힘을 내지 못 했다. 92년 창립자인 에밀리오 푸치가 죽고난 후 2000년에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패션업체인 LVMH에 합병될 때까지 소극적인 경영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푸치는 "어느 브랜드나 어려움은 있다"며 "2000년 이후 그리스찬 라크르와가 디자인을 맡는 등의 개혁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는 "한국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뤘고, 패션에 민감한 시장이라는 얘기를 충분히 들었기 때문에 한국에 매장을 내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치의 옷은 무척 비싸다. 이 점을 지적하자 푸치는 "원단 한 장에서 옷을 두 벌밖에 만들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만들어서 그렇다"며 "한국에서 많이 팔고 싶은 게 아니라 '푸치 매니아'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피렌체=조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