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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병사등 불모지많다|일제 침략사 연구실태와 읽어 볼만한 책들|체계적 통사없어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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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교과서의 역사왜곡, 특히 먼 시대의 일도 아닌 구한말과 36년간의 식민지배에 대한 잘못된 기술은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있다. 국내학자들은 이에 대해 그간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고 있거니와 요즈음의 사태는 비단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우리역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된 구한말과 일제36년간에 대한 연구는 비록 만족하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많은 업적을 낳았다. 여기에 전문적인 논문들을 제외하고 일반이 접근할 수 있고 또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그 시대를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일제의 대한침략이 동학혁명에의 군사적 개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면 동학혁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해진다. 김상기씨의 『동학과 동학난』, 한박근씨의 『동학난 기원에 대한 연구』등의 책이 나와있다.
일제의 침략이 본적화 되면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많았다. 독립협회의 활동을 알아본 책으로는 신용하씨의 『독립협회연구』 가 있고 일제의 군대와 전국에서 2천여회의 격전을 벌인 의병운동에 대한 기록은 김의환씨의 『의병운동사』 등이 꼽힌다. 이시기의 일로 우리민족의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저격이다.
최근 일본정부 고위관리가 『암살자를 영웅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망언을 했지만, 안의사가 이등을 민족의 이름으로 저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최홍규씨의『안중량사건공판기』 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구한말을 전체적으로 살펴 본 책으로는 이광린씨의 『한국사 강좌』 (근세편) 가 최근에 나온 책이다.
일제 36년간을 다룬 책은 많다. 우선 전체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는 『일제침략하 한국36년사』 (국사편찬위원회)를 들 수 있다. 독립운동을 다룬 것으로는『독립운동사와 자료집』 (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 에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일제시대를 자료정리가 아니고 하나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한 「통사」 의 부문은 송건호씨의『한국현대사론』을 들 수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아직 뚜렷한 저서가 없어 본격적인 작업이 요구된다.
독립운동을 다룬 것으로서 우선3·1운동에 관한 책은 윤병석씨의『3·1운동사』, 안병직씨의『3·1운동』 『3·1운동인주년기념논집』 (동아일보주간)등이 있다.
3·1운동의 결과로 상해에서 만들어진 임시정부에 대해서는 이현희씨의 『대한민국임시정부사』 ,이강훈씨의 『대한민국임시정부사』등이 보인다.
무장독립운동에 관한 기록으로는 박영석씨의 『한국민족독립운동사연구-만주지방을 중심으로』 ,이강동씨의 『무장독립운동사』, 채근직씨의 『무장독립운동사』등이 있다. 또 한정일씨의 『일제하 광주학생민족운동사』도 국내에서의 독립운동사로 빼 놓을 수 없다.
일제의 경제침탈은 ▲l910∼1918년까지의 총독부 권력을 이용한 자본수탈 ▲29년까지의 노동수탈과 부등가교환(쌀을 싸게 사가고 공산품을 비싸게 파는등)의 무역을 통한 수탈 ▲그 후의 일본자본의 적극적 진출과 막판에 이르러서의 징용·공출을 통한 수탈등으로 볼 수 있다.
신용하씨의 『조선토지사업연구』는 일본측의「이 사업을 깃점으로 하여 한국에 근대적 자본주의가 성립됐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그것이 한국농지의 일본인에 의한 수탈임을 밝혀준 책.
일제의 이 같은 수탈에 대해 우리농민·노동자들은 저항했다.
조동걸씨의『일제하 한국농민운동사』, 김윤환씨의 『한국노동운동사』 (일제하편), 김중렬씨의 『항일노동투쟁사』 등이 그들의 투쟁을 기록했다.
문화적인 침탈에 대해서는 아세아문제연구소 (고려대) 의 『일제하한국연구총서』중 문화침탈·문화운동사부분이 다루어지고 있다.
임종국씨의『친일문학론』은 문인들이 어떻게 억눌리고 변절해갔던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감윤직씨의『근대한국문학연구』는 일제하 문학의 기록.
『한국기독구수난사』 (한국교힉사연구원)는 종교적 탄압을 밝혀놓았다.
일제에 대한 항거는 인물에 대한 연구로도 밝혀진다. 송건호씨의『김구』에는「백범일지」를 포함한 김구에 대한 연구가 있고 최홍규씨의 『단재 신채호』, 강만길씨의 『조소앙』 「금창숙』 (심산사상연구회), 『도산사상』 (안병욱) 등의 인물연구가 있다. 또 윤봉길· 이봉창등 의사들에 관한 본격적인 책도 나와야한다. 양기탁·홍범도·이동휘등에 대한 연구도 시급.
일본에 있는 한국학자들의 연구로 최근 주목받은 것은 강간진씨의 『일제의 한국침략정책사』. 일제가 3·1운동으로 충격을 받고 소위 문화정책을 실시한 1920년대의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강씨는 일제시대에 대한 연구를 일본국회도서관·일본국립공문서관· 외무생외고자료관· 일기· 메모등에서 나본 1차자료를 통해 이루었다. 안병직 윤병석 신용하씨가 편한 『한국력대사론』 (1, 2, 3권)도 최근의 업적.
일제의 한국침략에 관한 책은 위에 든 것 외에도 많다(별표참조).
앞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저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일제에 대한 연구는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미비한 점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우선 한일합방사가 나와야 겠다는 것. 이에관한 책은 일본인이 쓴 것의 번역밖에 없다.
일제시대 건체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통사」로서의 무게있는 책이 나와야하며 일제시대를 단순히 식민지시대로 규정하지 말고 우리의 역사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밝혀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또 일제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
일제시대에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어떻게 바뀌어졌는가도 밝혀내야 한다. 또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도 많이 나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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