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큰 원칙에 대한 합의 가능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제 겨우 한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사진) 올브라이트그룹 임원은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4차 6자회담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중간평가를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4차 6자회담이 재개된 지 엿새가 지났다.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점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위기와 접근 방식으로 볼 때 모든 참가국들이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의심의 여지 없이 북.미 간의 심도 있는 일대일 대화이다. 양측은 지금까지 5번 만났다. 직접 대화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서는 서로의 관점과 의도,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힐 미 대표가 전임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절차에 있어 재량권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도 재량을 갖고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는 매우 능력 있고 숙련된 협상가이다. 이번 회담에서 몇 개의 원칙이 합의된다면 부시 행정부에서 힐 대표는 좀 더 많은 재량권과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힐은 북.미 접촉에서 파키스탄의 대북 고농축우라늄(HEU) 기술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핵 문제 해결을 위해 HEU는 북한이 반드시 응답해야 하는 문제다. HEU 문제는 해결이 가장 더디게 진행될 이슈 중 하나다. 북한이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진정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의사가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에 대한 답을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한다."

-만약 이번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할 '플랜 B'의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플랜 B'에는 경제적.정치적 심지어 군사적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참가국들은 물론 '플랜 B'를 준비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플랜 A'에 머무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4차 회담이 실패하더라도 5차, 6차 등 계속 이 틀로 가야한다는 뜻인가.

"회담이 좀 더 짧은 주기로 진행되어야 한다. 또 다양한 이슈들을 토론할 수 있는 하위 그룹 모임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큰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모든 당사국들이 동의하는 큰 원칙과 차기 회담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