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진화는 시행착오 끝의 도약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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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대한 여행
로렌 아이슬리 지음, 김현구 옮김, 도서출판 강, 284쪽, 1만원

이 책은 인간의 진화를 탐구한 과학서다. 또한 자연의 신비함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에세이다.

과학과 에세이라는 이 대립적인 요소를 한데 뒤섞어 썩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로렌 아이슬리란 작가의 성장 과정이 크게 작용한다. 그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 링컨 태생. 어린시절부터 봐온 소금 평야와 늪들은 그에게 자연을 친숙한 존재로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철물점 직원이자 가난한 연극 배우였던 아버지로부터 그는 글솜씨를 물려 받았다.

이런 경험 덕에 그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과장을 역임하는 등 학자로서의 길을 가면서도 감성의 가치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네브래스카 주 배드랜즈 일대에서 화석을 발굴하며 인간의 진화를 탐구하는 내용을 구도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과학이란 도구로는 포착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상상력이라는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조를 뛰쳐나와 죽은 메기의 행동 속에서 수억년 전 생명이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모험을 탐지한다는 식이다.

그는 빙하기의 어떤 시점에서 '두뇌'를 전문화하면서 출현한 인간을 이렇게 진단한다. "인간의 탄생과정은 막다른 곤경에 처한 한 종족이 이를 벗어나고자 끊임없는 실험과 시행 착오를 겪으며 이루어낸 하나의 도약이다." 진화란 모든 피조물에게 공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인간만이 자연 세계에서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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