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2명, 교수 28명 '소수정예' 신학대 은준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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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실천신학 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 김태성 기자

7년 전 대학을 정년퇴임한 원로 신학교수 겸 목사의 '빈 들에 세운 신학교'가 화제다. 올해 초 3월 개교한 경기도 이천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은준관). 건평 500평에 강의동.채플동 등 건물이 두 개뿐인 대학원을 한국교회가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 한 학기 한 강좌에 교수 3명이 공동강의를 하는 팀 티칭의 도입, 해외석학 5명 등 교수 28명에 학생 22명이라는 소수정예의 실험 때문이다.

실천신대에 대한 호평은 별도의 이유가 있다. 한국교회의 약점이 목회자의 질 저하 문제이고, 이는 부실한 신학교육의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속에서 '신학교'가 대안의 공간으로 부각된 것이다.

은준관 총장(72)은 "한국교회는 지금 '성장 이후의 시기'를 맞고 있다. 1960~80년대 급성장 단계를 지난 지금 교회에 대한 개념부터 전면 바꾸는 실험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앞장 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대학원의 교수진은 호화멤버. 듀크대 조프리 웨인라이트(예배신학)교수 등 국제초빙교수가 5명이다. 전임교수는 박영신(전 연세대 사회학과).김병서(이화여대 명예교수).이형기(장신대 명예교수) 등 석좌교수 3명을 포함해 6명. 겸임교수도 3명 있다. 특이한 것은 목회경험이 많은 임상교수 14명. 옥한흠(사랑의 교회 원로목사).유경재(안동교회 원로 목사). 손안웅(덕수교회 담임 목사) 목사 등이 포진했다.

학생 22명도 현직 목회자로 자격을 제한했다. 실천신학, 즉 목회현장을 위한 교육이 학교의 일차 목표이기 때문이다. 커리큘럼도 다르다. 대부분 신학대에서는 교리.역사만을 가르치지만, 막상 신학생들은 졸업 뒤 교회 현장에서 다른 일을 주로 하게 된다. 신자 수 늘리기, 교회의 물리적 덩치 키우기 등 목회 경영의 기술에 매달리는 것이다. '큰 교회 만들기' 의 열정 속에 교회는 사회와 유리된 왕국으로 변해가지만, 막상 영적 에너지는 고갈되는 것이다.

실천신대는 대안으로 '대안의 교회' 건설을 커리큘럼에서 구체화했다. 첫 학기의 경우 종교사회학.교회론.목회신학 등 세 강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를 둘러싼 현실을 두루 살폈다. 은 총장은 "우리 학교는 목회자를 바꾸고, 교회를 변화시켜야겠다는 더 큰 목표가 있다. 즉 신학에서 볼 때 교회는 설교공간도 아니고, 흔한 사회적 제도 역시 아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 중인 공동체'라는 신학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돈 교수(목회신학)도 "지난 학기 한국교회의 병폐인 '교회만을 위한 교회'의 패턴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성장 이후의 시기'인 한국교회는 현재 구조적 위기이자 잠재적 가능성도 함께 가진 중요한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천신대는 초교파다. 이사진 자체에 예장.감리교.성공회.성결교회 등이 함께 포진했다. 은 총장이 개교 준비에 자기 살림집을 저당잡혀 만든 돈 5억원을 쾌척했고 , 사랑의 교회 등 100여개 교회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줬다. 신학교육 변화의 모태인 실천신대의 실험에 교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까닭도 있다. 국내에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신학대만 50여곳이여, 비인가 학교는 수백여곳으로 추산된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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