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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과서 왜곡은 정책변화의 일환 민족적 차원의 대비책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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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온 국민의 분노와 함께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본 검정 교과서 한국관계 내용의 왜곡기술과 관련, 그 시정을 위해선 우선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책이 중요하다고 사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학자들의·주장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 정부의 대응책 촉구와 함께 앞으로 ▲ 국가간 교과서 검토위원회 같은 모임의 구성과 ▲ 한일관계사·한국근대사의 중점연구 등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먼저, 우선적으로 정부의 대응책을 촉구하는 학자들 주장의 저변에는 일본 정부의 교과서왜곡이 단지 교과서만의 왜곡이 아니라 최근 군비강화·헌법개정기도 등 일련의 우경화 경향과 관련된 정책변화의 결과가 아닌가하는 점과, 이번 사건이 학문적인면 보다는「검정」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제기됐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있다.
신용하교수(서울대)는 『이번 일본교과서의 한국사 관계 서술수정의 본질은 「가치관의 전도」이고 그 표면적 형태가 자구나 용어의 수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교과서가 일본제국주의의 한국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긍정, 정당시하고 자랑스럽게 보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만길 교수(전고려대)도 일본정부의 교과서 검정정책의 강화가 사실에 대한 견해차이 문제를 넘어선 정책적 변화의 결과가 아닌가 보고 이에대한 민족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가 이미 학자 사이의 학문적 절충을 벗어난 단계에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가간 교과서 검토위원회나 학자들간의 모임 구성문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변태섭교수(서울대)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역사교육자에 의한 공동협의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7년 한국의 역사교육연구회가 일본의 역사교육자를 서울로 초청, 제1차 한일역사교육 협의회를 개최했고 그후 79년 일본 축파 대학에서 제2차 협의회를 가진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 자리에선 양국 역사교육의 정보교환과 상호이해를 도모할 것을 결의하고 그 일환으로 양국 역사교과서의 검토를 제의했다는 것.
고병익박사(전서울대총장)도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서 양국이 공동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조사·연구하고 토의·조정하는 일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한상일 교수(국민대) 는 양국관계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는 한일 관계사 등을 양국학자들이 공동연구·공동 집필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유익할 것으로 보았다.
한편 박전희교수(이화여대)는 한국·중국은 물론 미국·동남아 제국도 함께 참여하는 국제기구의 설립을 제의하기도 했으며, 이원순교수(서울대)는 국제교류를 충진시키기 위한 여러 기구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진희씨(재일사학자)는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 잡는데는 일본 학자들과 여론의 힘을 빌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과 일대 캠페인을 별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근대사·한일관계사의 그간의 연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를 보다 집중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우선 29일의 한국사 연구협의회에선 암으로 한국사 연구방향을 한일관계사 부문에 중점을 두고 특히 문제여하에 따라서는 집중적으로 연구할 방침을 세웠다.
신용하 교수도 일제하의 역사나 현대사를 철저히 연구, 온 국민에게 새롭게 인식시켜주는 한편 일제 침략사나 당시 제국주의자의 죄상을 일본국민 스스로가 알고 그 부활의 책동을 제지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전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동진교수(일본축파대)는 우리 근대사연구는 일제시대에 사료와 기술적 수단을 독점한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다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식민사관의 후유증을 씻고 근대사 연구를 주체적으로 본격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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