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테러범도 '외로운 늑대'…이스라엘 더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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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의 새로운 무기는 그들의 부엌에서도, 주차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시나고그(유대교 예배당) 테러’에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이날 오전 서예루살렘의 시나고그에 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뛰어들어 아침기도 중이던 20여 명에게 권총을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미국 국적 랍비 3명과 영국 국적 랍비 1명이 사망했고, 중상을 입었던 경찰관 1명도 숨졌다. 현장에서 사살된 테러범의 신원은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가산 아부 자말과 우다이 아부 자말로 확인됐다. 사촌 간인 두 사람은 각각 의류 판매와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이스라엘의 아랍계 시민이었다.

이날 테러는 가자지구에서 예루살렘으로 전장(戰場)을 옮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유대인들이 가장 마음 놓고 기도할 수 있는 곳이 공격 당하면서 적대감은 극대화됐고, 달라진 테러의 형태가 공포를 키웠다.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은 “홀로코스트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는 목격자 증언을 방송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영웅적 행동“이라고 이번 테러를 치켜세웠다. 3차 인티파타가 발발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지적대로 최근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테러는 도구부터 다르다. ‘시나고그 테러’에 쓰인 흉기는 고기를 토막 내는 커다란 식칼이었다. 최근 한달 새 벌어진 테러도 거리의 민간인에게 칼을 휘두르거나 행인을 자동차로 덮치는 식이었다. 폭탄이 장착된 조끼에서 ‘생활용품’으로 테러 도구가 바뀌었다는 건 테러범의 성격도 달라졌다는 의미다. 조직적인 집단 대신 개인이 자발적으로, 치밀한 계획 없이 테러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이번 테러범들도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에 소속돼 있었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사건과 PFLP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요하난 다니노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단체가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grassroots)의 독립적 공격 같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테러를 ‘외로운 늑대(lone wolf)형’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이 최악으로 꼽는 테러 형태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니노 청장 역시 “이런 사건을 미리 아는 건 무척 어렵고 마법 같은 해법은 없다”며 시민들은 방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일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걸 경찰청장이 시인한 셈이다.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시민이라는 것도 이스라엘 당국의 새로운 고민이다. 네타냐후 총리 등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은 유대민족 국가”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 국민의 20%, 약 160만 명은 아랍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며 유대인 시민과 똑같은 통행의 자유를 누린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엘 샤론 전 총리 시절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의미의 안보 전략을 통해 하마스 등 무장단체의 테러를 예방하고 억제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기습적으로 군사작전을 펼쳤다. 그 중 이스라엘 정부가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하는 테러예방책은 서안지구에 거대한 분리장벽을 설치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는 물론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입국 자체를 차단한 결과,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자살폭탄테러 건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로운 늑대형 테러엔 효과가 없는 방식들이다. 실제 최근 이스라엘은 테러에 대해 보복식 사후 대책만 내놓고 있다. 테러범들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일가 친척들을 모조리 체포하는 식이다. 이번 테러범의 집도 사건 즉시 파괴됐고 가족 14명이 체포됐다. 다니노 경찰청장은 테러범의 시신을 예루살렘 밖에 매장하라고 지시했다.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자 이른바 ‘연좌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 자문을 담당했던 야코브 아미드로어는 가디언에 “테러의 대가가 크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 (테러를)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며 “유대인을 죽이고 싶다면, 자신의 가족 역시 이스라엘 주권 아래 살 권리를 잃게 될 것이란 걸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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