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안화 절상 좋아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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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62.사진) 컬럼비아대 교수가 위안화 절상으로 희색이 만면한 미국에 쓴소리를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국내 문제나 제대로 해결하라'는 냉소적인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기고문에서 그는 우선 미국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위안화 절상의 의미를 곰곰이 짚어볼 것을 주문했다.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중국 외에 다른 나라들에서 저가의 수입품들이 들어올 것이므로 미국의 무역 불균형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중국의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울 자금책으로서 의존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잘못된' 인식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수출 마진 등을 낮추는 방법으로 대미 수출 손실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데다 미국에 꿔주던 돈도 자국 발전과 복지에 쓰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무릅쓰고 금리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중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간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4억2200만 명의 빈곤을 해결한 중국과 그 3분의 1수준의 성장에 그치면서 빈곤층이 증가하는데도 부자들의 세금을 깎는데만 열중하는 미국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 경제정책에 대해 충고할 처지가 아님을 꼬집었다.

스티글리츠는 1997년 세계은행(IBRD) 수석 부총재 시절에도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고금리.긴축정책을 처방한 것을 비판하는 등 평소 개발도상국 입장에 선 주장들을 펴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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