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꽃과 나무 담은 한 폭의 가을 풍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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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원박람회가 끝난 후 1년 동안 더욱 성숙하고 풍성해진 순천만정원의 모습.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쪽으로의 도심 팽창을 막기 위해 조성됐다.

동문과 서문 모두 사람이 많았다. 지난해 국제정원박람회 때 못지 않았다. 동문 안으로 들어서니 호수정원이 반갑게 맞는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 위로 솟은 언덕들이 누르스름한 잔디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푸르렀을 때와 또 달리 눈을 편안하게 해 준다. “우리 잔디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라고 지나가던 사람이 말한다.

2 순천호수정원. 3 무인궤도차 ‘스카이 큐브’(Sky cube).

 호수정원 맞은 편 양잔디밭은 아직도 초록빛. 12월까지도 푸를 것이라고 한다. 푹신한 게 두툼한 카펫을 깔은 것 같다. 여기저기 어린이들이 뒹굴고, 뛰어 다니고, 삼삼오오 가족, 연인끼리 늦은 가을날을 즐기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킨다.

 갈색으로 변한 낙우송, 붉게 물든 단풍·화살나무, 잎을 벌써 모두 떨구어 발가벗은 때죽나무, 여전히 푸른 소나무·향나무, 밝은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유자나무… 카메라 렌즈를 맞추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이 꽃과 저 나무의 향기가 코 끝을 기분 좋게 간질인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박람회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한가롭다.

 순천만정원이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관람객들 맞고 있다. 다른 곳에서 옮겨 심어 엉거주춤하던 수목들은 뿌리를 완전히 내려 나무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나무가 듬성듬성한 곳에는 더 심어 한껏 풍성해졌다. 동천변 등에는 새와 오리가 부쩍 많아졌다.

 박람회 폐막 후 재정비를 거쳐 지난 4월 20일 새로 문을 열었다. 이후 11월 16일까지 211일간 입장객이 325만4000명. 이벤트와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많이 왔다. 임영모 순천시 순천만기획과장은 “학생과 노인 단체관람은 줄었지만 부모와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머무는 시간이 박람회 때는 평균 2시간이었으나 지금은 4시간으로 늘었다.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 와 책을 읽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며 쉬다 가는 사람이 많다.

 전기로 움직이는 무인궤도차 ‘스카이 큐브’에 타자 왼쪽 아래로 동천과 순천만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아래로는 추수를 마친 논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8분여 동안 4.6㎞의 레일 위를 달리니 순천만문학관에 도착했다. 800m를 더 걸으면 ‘하늘이 내려 준 정원’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다. 입장권(성인 기준 5000원) 한 장이면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관람 문의 061-749-2738.

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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