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왜곡|일본내외서 심한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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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신성순특파원】일본이 중일전쟁이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내용을 왜곡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산권인 소련이나 중공에서도 신랄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자 모스크바 방송은 대일 방송을 통해 이 같은 교과서내용이『역사의 위조』라고 비난했고, 중공의 신화사 통신도『침략의 역사를 미화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중공의 20일자 인민일보는 1937년의 남경 대학살사건을 설명한 내용에 대해 침략을「진격」이라고 고치고, 중국군의 저항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던 것처럼 날조한데 대해 중공인민이 감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이 같은 일본교과서 내용은 일본 내 에서도 강한 비판과 반발을 사고있다.
일본의 교원조합은 자민당 정권이 검정을 강화, 청소년들에게 전쟁전의 군국주의적 복고사상을 주입시킴으로써 재무장의 길을 달리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일본신문들도 한국을 비롯, 인근제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22일자 동경신문은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문제가 한국·중공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음을 우려하고 이 같은 비판을 내정간섭이라고 하기 전에 일본자신이 깊이 반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집필자의 한사람인「나가하라·게이지」(영원경이·교대)교수는 한국인들을 일본에 강제적으로 끌고 온 사실, 중국 남경사건에서 20만명 이상이 학살된 사건, 한반도에 대한 일본어 교육강제 등을 일일이 예로 들면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과거 군국주의시대의 잘못을 아이들에게 되풀이시킬 우려가 있으며 국제적인 우호관계와 국민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저해할 소지를 갖고 있다고 일본정부의 검열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일본정부의 움직임이 자민당이나 재계에 의한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자민당정권이 군사예산을 늘리고 방위력을 증강해 가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군국화 경향에 우려를 표시했다.
역사학자인「하따다·다까시」(기전혼)교수는 자신이 교과서 문제의 전문가는 아니나 사실을 사실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며 잘못된 역사를 젊은이들에게 심어준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의 잘못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일본인들로서는 매우 괴로운 일인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을 정확히 가르침으로써 다른 이웃과도 상호이해의 바탕 위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63년 자신이 쓴 교과서의 검정문제로 정부와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이에나가·사부로」(가영삼낭·중앙대)교수는 자신이 쓴 3·1운동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검열에서 잘렸다고 밝히면서 일본이 자기가 저지른 일을 스스로 반성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일본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국내의의 비판에 대해 일본문부성의 검열당국자는 사실을 잘못 알고있는 부분이 많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교과서에서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일본정부의 방침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후지무라」(등촌화남) 문부성 교과서 검열과장은『역사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으나 교과서에서는 통설을 채택하고 있다. 내용중의 일부를 들어 비관하는 것은 곤란하며 한국·중공의 비판에도 그 같은 부분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3·1독립운동의 경우도 이것이 폭동이라고 명백히 쓴 것은 아니며 문맥을 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발뺌했다.
그는 한국인의 강제징용건에 대해서도 원고의 기술이 중국인의 강제징용과 혼동되고 있는 것 같아「자유모집」에서「관 알선」「징용령의 적용」으로 변한 추이를 명백히 밝히려는 취지의 의견을 붙인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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