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일 기술 어느 쪽이 앞섰나|창조는 미국 응용은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의 기술수준은 유럽과 비교하면 63승 30패 72무승부로 이기고 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54승 72패 60무승부의 전적으로 패하고있다는 사실이 최근 일본 통산성 공업기술원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는「히따찌」(일립)「미쓰비치」(삼능)의 산업스파이 사건이 터지기 전 일본내 주요 메이커, 종합상사, 기업연구기관의 중견간부 및 전문가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
항생물질·제암제 등 유전자공학에서 시멘트·세라믹스 등 소재산업, IC메모리, 반도체레저 등 반도체부문, 항공기, 통신위성 등 우주산업에 걸치는 43개 항목에 대해 원재료기술, 기공조립기술, 제품기술 등 10여 개 관점에서 각국의 기술수준 비교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전자공업부품용 세라믹스 ▲제강 ▲동축케이블 ▲광파이버 ▲냉동·냉장고 ▲시멘트 부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누르고 단연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통신위성 ▲연료전지 ▲발전용 가스터빈 ▲건설기자재 ▲항공기 ▲디지틀라디오그래피 ▲스펙트럼어덜레이저 등 선단기술분야에서는 미국에 압도적으로 눌리고 있으며 ▲항생물질·제암제의 신제품 개발이나 ▲산업용 로보트의 설계 기술 ▲반도체 레저 ▲IC 메머리 ▲선박 ▲경수로 등의 설계기술에서도 미국이 앞서고 있다.
서독을 중심으로 한 유럽은 ▲항공기설계나 ▲경수로 ▲항생물질개발 ▲발전용 가스터빈 등 일부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으나 그 밖의 부문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본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1전 8백∼2천5백㏄)생산에서는 일본이 주조·기계가공·도장공정의 자동화·엔진기술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앞지르고 있으나 설계기술·플래스틱 고무사용 기술에서는 구미에 아직 뒤지고 있다.
LSI(대규모집적회로)부문은 일본이 자동화기술, 마이크로 프로세서 응용기술에서는 앞서고있으나 정밀기계제어기술, 설계기술, 패턴인식기술 등에서 미국에 떨어지고 있다.
요소비료 생산기술에서는 일본이 저 가격 원료사용기술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으나 서독과는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섬유는 연적중합기술, 고속방사기술 등에서 미국이 일부 일본을 앞지르고 있으나 조업관리, 다종소량 생산기술에서 구미를 훨씬 능가함으로써 시장개척·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구·미·일 산업기술의 특징은 일본이 제품의 생산관리, 대량생산, 자동화에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설계, 선단기술의 개발 등 새로운 소재의 개발에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창조적 기술에, 일본은 응용기술에 앞서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즉 트렌지스터· 자동차·VTR·IC 같은 것은 처음 미국에서 발명했지만 일본은 이 원천기술을 재빨리 도입, 대량생산 시스팀으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일본제가 미국제를 이기고 있는 것이다.
구주는 일부 분야의 설계기술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국제적, 망신을 당한「히따찌」「미쓰비시」의 산업스파이 사건은 제품생산의 자동화, 생산관리를 통해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그 원천이 되는 창조적 기술개발에 뒤지고 있는 구조적 약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이번 조사결과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공업기술원은 당면한 과제로『신재료 개발기술·설계기술 등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반기술의 창조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