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특검 통해 제대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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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中)가 26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국정원 불법 도청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파문에 대해 여러 대응방안을 검토하던 한나라당이 마침내 특검 도입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26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빨리 이 사안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진상을 밝히고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검찰과 정치권은 평상 업무와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도청 테이프에) 국정원이 관계돼 있는데 국정원이 자신의 불법 도청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또 검찰 간부들도 돈을 받은 것 같다는 내용이 있어 검찰이 국정원 내부 사정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당 대선 후보, 야당 대선 후보가 모두 관여돼 있는 문제인데 이를 여야가 국정조사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정말 특검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정조사에 대해선 "특검 수사 이후의 상황을 봐가며 국정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바로 국정조사를 하면 정치권이 이전투구의 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검 도입 주장은 이번 파문에 대해 당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초.재선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당이 DJ정권 시절 줄기차게 제기해 온 불법 도.감청 이슈를 이번 기회에 되살리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열린우리당은 현 정부의 전신인 '국민의 정부'에서 정치사찰을 하고 불법 도.감청을 한 것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이번 도청 테이프를 악용해 야당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국회 529호'사건이나 국정원 과학보안국의 야당 정치인 불법 도.감청 자행 내용도 모두 특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 "일단 조사 지켜보자"=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자문위원단 회의에서 불법 도청 문제에 대해 "국정원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병행돼 확실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가 우선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전병헌 대변인도 "국정원은 과거 잘못에 깊은 반성을 하고 시스템 개편을 했기 때문에 이번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고, 검찰도 법무부 장관이 엄정한 조사 의지를 밝힌 만큼 수사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지금 정치권이 할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이 허물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역설적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여당 일각에선 "결국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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