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모자, 26억 원에 한국인에게 낙찰

중앙일보

입력

 
모나코 왕실이 소유하던 나폴레옹 1세의 2각(角) 모자가 16일 하림 그룹의 김홍국 회장에게 팔렸다. 이날 퐁텐블로 오세나 경매소에서다. 188만4000유로(25억8400만원)로 당초 예상가(50만 유로)의 네 배 가까운 금액이다. 모자 경매 사상 최고가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평소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다”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나폴레옹의 모자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자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기보다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나폴레옹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 중인 신사옥에 전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2각 모자는 나폴레옹의 상징물 중 하나다. 당시 사람들은 모자의 끝을 앞뒤로 향하게 썼다. 나폴레옹은 그러나 양 옆으로 향하게 썼고 이 때문에 멀리서도 그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전쟁터의 적들에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고 한다. 경매소의 알렉상드르 지클로는 “전쟁 상대들이 현장에서 나폴레옹을 박쥐라고 부른 이유도 모자 쓴 모습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일생 동안 같은 유형의 모자를 120개 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20개 안팎이 남아있다.

특히 이 모자는 나폴레옹이 4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를 넘어 7만 명의 오스트리아군은 대패시킨 것으로 유명한 1800년 6월의 마렝고 전투 때 착용한 것이라는 게 경매소 측 설명이다. 나폴레옹은 이후 휘하의 수의사에게 이 모자를 선물했고 이걸 1926년쯤 모나코 국왕 루이 2세가 구입했다고 한다. 모나코 왕실은 나폴레옹의 먼 친척 뻘이다.

루이 2세의 증손자인 알베르 2세는 왕실 수리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나폴레옹 관련 물품을 이번 경매에 내놓았다. 나폴레옹이 마지막 유배지 세인트 헬레나섬에서 입었던 단추 하나 떨어진 흰색 면 셔츠가 7만 유로(3~4만 유로), 붉은 가죽 지갑이 2만2000유로(예상가 3500유로)에 팔리는 등 물품 대부분이 예상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났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김준현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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