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계 관심 모은 일 나량의 「조선미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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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나량시에 있는 대화문화관에서는 지난 8일부터 「조선미술전」이 열리고 있어 일본 미술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선시대 회화를 중심으로 서·도자·금속공예·목공예·조각 등 1백여점이 출품된 이 전시회는 일본 개인의 유수한 소장품을 중심으로 꾸며졌으며 그 반수 이상이 처음 공개되는 비장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선사시대의 홍도, 백제의 광구항아리, 삼국시대 여래두부, 고려시대 「나전칠기 당초문옷상자」 「감지은자사경」 「육자구룡정병」 등은 국내에도 그 예가 없는 귀중한 미술품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는 것은 작자미상의 「소상팔경도」 8폭, 이상좌 작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 신잠 작 「용호도」, 작자미상의 「나몰도」 3폭 등 조선시대 초기의 회화들.
조선초기의 그림은 국내에도 유품이 극히 드물어 회화사 연구는 자연히 일본에 남아있는 작품에 의존해 왔으며 천리대 도서관의 안견 작 「몽유도원도」와 대고사 소장 「소상팔경도」 등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기주의 덕천 집안에 비장되어 온 또 다른 「소상팔경도」 8폭이 출품되었고, 일본에서도 일부 연구가들만 알고있는 사천자컬렉션이 처음으로 다수 공개되어 많은 자료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 전시회를 담당한 대화문화관의 길전굉지 학예과장은 『새로운 미술사료의 발굴이라는 뜻도 크지만, 출품작들이 명품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한국미술사의 발자취를 보여주면서 한국민족의 기질 속에 나타난 인간미와 소박하고 꾸밈없는 독자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대화문화관은 그 동안 일본에서 한국미술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온 한국미술 등으로 1973년에는 「이조회화전」, 78년에는 「고려불화 특별전」을 열어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킨바 있다.
8월8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회에는 안휘준 교수(홍철대 박물관장)가 초청연사로 초빙되어 18일 『조선시대 회화에 대하여』라는 특별 강연을 가질 예정이며, 이동주·문명대(동국대) 교수 등 다수 국내 미술사가들도 참관할 예정이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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