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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스타? 키워서 쓰기! 방송가·대학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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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중앙대 최정일 예술대학장(가운데 넥타이 맨 사람)이 22일 오후 서울 동숭동에 있는 중앙대 공연영상예술원에서 연극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제국의 역습'이 시작되는가. 한쪽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안티 세력'이 생겨나는 건 당연지사. 이른바 '스타 파워'에도 이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 문제로까지 등장한 스타 파워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스포츠계에서 흔히 적용하는 '샐러리캡' 같은 제도를 도입, 몸값 상한선을 두자는 얘기부터 매니지먼트사의 제작 참여를 제한하려는 법안 마련까지 그 의견은 다양하다. 근본적으론 시장 원리에 입각해 '스타'의 공급을 넓히면 숨통은 트일 터. 이런 생각에서 스타를 양성하기 위한 '스타 학교'가 곳곳에서 건립에 들어갔다. 방송가와 충무로는 물론 '상아탑'이라는 대학까지 가세했다. 전방위적으로 포진한 이들이 과연 무소불위 스타에 일격을 가하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2중대'에 불과할지. '스타 파워'를 둘러싼 2라운드가 막 시작됐다.

# 학교와 현장 원스톱 서비스

가장 발 빠른 쪽은 방송가다. 드라마 전문 외주제작사인 이관희 프로덕션은 다음달 15일 배우학교 '한별'을 연다. 이들이 표방하고 있는 건 '디렉트 캐스팅 시스템(Direct Casting System)'. 즉 자신들이 배출한 학생들을 기존 연예기획사나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PD들이 직접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강사진엔 현역 드라마 PD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박도언 팀장은 "기존 연기 학원이 수료후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면 우린 수업과 현장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매니지먼트사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도 비슷하다. 영화제작가협회는 내년 봄학기 개강을 목표로 연기학교 설립을 준비 중이다. 협회 소속 60여 개 영화사가 공동 출자해 운영되며, 교장으로 이창동 감독을 내정한 상태.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신설될 연기학교는 재주보다 배우로서의 소양.사명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잘 나갈 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잘못된 스타 의식이 아닌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는 연기자를 키우겠다"고 말한다.

# 대학이 스타를, 한류를 책임진다

연극영화과로 국내 최고 전통을 자랑한다는 중앙대도 본격적인 '스타 키우기'에 나섰다. '스타 양성소'를 표방하며 내년 9월 출범하는 '중앙대 연기예술원'이 핵심이다. 대학이 연기 학교를 개설하기는 중앙대가 처음이다. 중앙대 측은 "기존 학과가 이론 위주 학습으로 학위 수여를 목적으로 한다면 연기예술원은 누구나 실질적인 연기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강사진은 배종옥.유지인 등 중앙대 출신 연기자들이 주축이다.

중앙대의 포석은 좀 더 장기적이다. 예술대 최정일 학장은 "연기예술원은 물론 한류 아카데미도 만든다. 정부로부터 4년간 지원받는 120억원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궁리와 장쯔이를 배출한 베이징 중앙희극학원, 일본 니혼대 연기학과와 이미 교류 협정을 맺었다. 중국.일본의 연기자를 한국에서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중앙대가 한류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그 나물에 그 밥?

스타 작가를 견제하려는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MBC는 유망 신인 작가 20명에게 1인당 연간 50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신인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MBC 이은규 드라마국장은 "방송국이 스타 작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작가 인력풀을 넓힐 수밖에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 양성 방안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아무리 인력풀이 넓어져도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란 한두 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그 축을 이루고 있다.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설립된다는 연기 학교들이 과연 기존 연기 학원과 얼마나 다르겠는가. 겉으론 스타 파워를 견제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들 역시 또 다른 스타 파워를 갖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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