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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컴퓨터 없어 디지털 디톡스, 108배로 근력 강화…심심 단련에 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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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부모커뮤티니연합 `동그랗게`의 회원 가족들이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에서 참선(명상)을 체험하는 모습. 명상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를 개선하고 불안·우울 지수를 낮춘다.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새벽 3시, 캄캄한 산사(山寺)에서 울려 퍼지는 묵직한 종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출가 수행자의 하루는 그렇게 속세보다 먼저 시작된다. 새벽 예불을 시작으로 참선·108배·포행(걸으면서 참선하는 것)·울력(노동)·발우공양(식사)·다도 등으로 사찰의 일상이 채워진다. 절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이 곧 수행이다. 이런 수행자의 삶을 엿보고,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이른바 템플스테이(templestay)다. 요즘 바쁜 일상을 떠나 지친 심신을 템플스테이로 재충전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힐링과 웰빙을 결합한 휴식 이상의 건강 요소가 피폐해진 현대인의 심신을 회복시킨다는 판단에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산사의 여행, 템플스테이에서 건강 포인트를 찾아본다.

건강 포인트 하나, 산사의 자연은 ‘그린 닥터’

“사찰은 도시 소음과 인파로부터 차단돼 있고, 천국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프랑스 월간지 ‘지오(GEO)‘는 템플스테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의 템플스테이는 산사에서 진행된다.

여기에 첫 번째 건강 포인트가 있다. 바로 사찰을 둘러싼 숲·계곡·공기 등의 자연이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현대인의 오감은 지나친 경쟁과 밀집된 환경, 과도한 조명 등에 의해 항상 과잉 흥분된 상태”라며 “자연 속에서는 오감이 안정돼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숲의 공기 중에 있는 피톤치드·음이온·산소 등은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킨다. 숲이 ‘그린 닥터’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자연환경의 다양한 요소는 어린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우 교수는 “틱장애·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게임중독 증세가 있는 어린이 치료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스님과 숲길을 걸으며 명상하는 포행(왼쪽)과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는 불교수행법 108배(오른쪽). 사찰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이 곧 수행이다.

건강 포인트 둘, 먹는 것도 수행

사찰에서는 먹는 것도 수행이다. ‘발우공양’이라 부른다. 마음을 다해 음식을 살피고 맛을 음미하며, 오감을 통해 음식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밥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불교의 자비사상에 근거해 사찰음식은 동물성 식재료를 제한한다. 또 매운 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인 오신채(파·마늘·부추·달래·흥거)를 금하고, 인공첨가물이나 가공식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템플스테이의 두 번째 건강 포인트는 바로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이다.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자극적인 맛에 길든 현대인에게 사찰음식은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진 저칼로리 식단이다. 2004년 동국대 식품영양학과 논문에 따르면 사찰음식의 하루 평균 열량은 1600㎉로 성인 에너지섭취량의 82%에 불과하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채소 위주의 사찰음식은 포화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소·비타민이 풍부해 비만·고지혈증·당뇨병 등 성인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동국대의료원과 전통사찰음식연구소가 평창 월정사 단기 출가자 46명을 대상으로 4주간 사찰음식 섭취 후 신체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3.8㎏ 줄었다. 또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183.2㎎/㎗에서 162.2㎎/㎗, 혈압은 평균 126/83㎜Hg에서 120/78㎜Hg으로 감소했다.

건강포인트 셋, 심신 건강 돕는 108배·명상

사찰의 주된 일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이다. 108배와 참선(명상)이 대표적이다. 108배는 인간의 번뇌를 상징하는 108이라는 숫자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스스로 낮춰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는 수행법이다. 고요한 사유를 뜻하는 참선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템플스테이의 세 번째 건강 포인트는 바로 이러한 수행법이다. 스님에게는 수행이지만 세속인에게는 운동이자 다이어트법, 또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된다. 108배는 배우 고소영·문소리의 다이어트법으로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적의 108배 건강법’ 저자인 움여성가족한의원 조현주 원장은 “108배는 저강도 유산소운동으로 남자는 144, 여자는 100㎉ 정도를 소모한다”며 “이는 가벼운 수영·테니스와 맞먹는 효과”라고 말했다. 반복적으로 엎드렸다가 일어나는 동작은 복부와 하체·척추 주변의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조 원장은 “척추 뼈를 골고루 자극하고 근육을 강화해 허리 통증에 효과적”이라며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장 운동을 촉진하며, 폐기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단, 관절염이 심해 붓거나 열이 나고 물이 차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명상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준환 교수는 “명상은 감정조절과 관련된 전두엽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명상 후 불안·우울 지수가 개선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는 것. 명상이 암환자의 기대수명을 높인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장 교수는 “명상치료로 우울·불안·재발에 대한 공포가 감소해 암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건강포인트 넷, 뇌의 휴식 ‘디지털 디톡스’

사찰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TV와 컴퓨터다. 사찰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행형 템플스테이에서는 입소 시 스마트폰을 반납하기도 한다. 템플스테이의 네 번째 건강 포인트는 바로 ‘디지털 디톡스’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현대인의 뇌는 TV·인터넷·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를 통해 끊임없는 정보와 자극에 노출돼 매우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뇌가 스스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하고 라디오를 듣는 아날로그식 방식이 뇌에 휴식을 준다. 20~3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디지털기기만 멀리해도 지친 뇌의 피로도가 감소한다”고 조언했다.

템플스테이의 건강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서울대의대 정신과학교실 권준수 교수팀은 2015년까지 성인·청소년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 전후의 변화를 연구한다. 휴식과 명상, 사찰음식 섭취 등 템플스테이가 심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에 참여 중인 장준환 교수는 “템플스테이는 휴식이라는 개념에 ‘멘탈 트레이닝’ ‘멘탈 피트니스’의 효과가 더해진 것”이라며 “여행을 떠나 단순히 휴식하는 것 이상의 건강효과를 템플스테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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