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25엔이 엔화 값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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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값이 어디까지 떨어질까.

 지난주 말(14일)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선 미국 1달러를 주면 116.29엔을 살 수 있었다. 115엔 선에서 잠시 오르내리는 듯했지만 기어코 116엔대에 진입했다.

 요즘 엔화 추락은 일본 중앙은행의 기습적인 추가 양적완화(QE)로 시작됐다. 여기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기 총선 소문이 더해졌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다 정치적 불안까지 곁들여진 결과인 셈이다.

 달러당 116엔은 어떤 예상치보다 낮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도쿄 등의 외환시장 참여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이 내년 2분기에나 110엔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많은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요즘 엔화 가격 급락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가격의 자유낙하 이면엔 환투기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11월 들어) 엔화 값이 떨어진다는 쪽에 베팅한 헤지펀드가 급증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달 11일 현재 엔화 하락에 베팅한 계약 건수가 상승에 건 것보다 8만2563개나 많았다. 단 일주일 새에 15%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런 환투기는 엔화 급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옵션시장 베팅을 바탕으로 올 연말까지 달러당 120엔대에 이를 수 있는 확률이 60% 정도라고 전했다. 엔화 값 추락은 일본에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너무 떨어지면 일본 정부가 국채를 해외에 팔아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엔화 값이 달갑지 않은 수준에 이르면 망설임 없이 개입하곤 했다. 실제 블룸버그는 “1990년대 일본은행(BOJ)은 엔화 가격이 달러당 125엔 선에 이르면 아주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물론 지금 일본의 실물경제와 금융 상황이 90년대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엔화 값이 너무 빠르게 떨어져 마땅한 기준을 찾기 어려운 요즘 125엔 선이 그나마 참조할 만한 역사적 기록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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