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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는 설록 일행 4명뿐…템플스테이에 배후가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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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오은우

범인이 남긴 단서로 찾아낸 경북 상주 황령사. 그곳에서 열리는 ‘어린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건 설록과 홍주만이 아니었다. 둘의 친구인 대홍이, 그리고 홍주의 절친이지만 설록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축구선수 진혁까지 합류하게 된 것이다. 대홍이는 키 162cm, 몸무게 65kg으로 설록과 홍주가 다니는 도일초등학교에서 체구가 가장 크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에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했다. 대홍이는 겉보기와 달리 마음은 무척 여리고 착했다. 1학년 때부터 줄곧 설록을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혼내주고 설록을 보호해줬다. 하지만 설록으로부터 한 번도 고맙다는 인사나 다정한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이유 없이 설록을 좋아했다. 대홍이는 학원에 다니느라 학교에서만 설록과 홍주를 만나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러던 중 홍주에게서 템플스테이 이야기를 듣고 난생처음 단식투쟁까지 해 부모님에게 참가 허락을 받았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진혁은 ‘천사의 집’ 보육원생이다. 도일 시에 있는 보육원과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이들로 구성된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주전 스트라이커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을 땅에 안 떨어트리고 계속 차는 ‘저글링’ 훈련을 혼자 하고, 등하굣길을 비롯해 어디든지 축구공을 드리블하며 다닐 정도로 ‘축구에 미친 축구 천재’다. 소극적이고 운동도 못하면서 이상한 책이나 읽는 설록을 괴상하다며 싫어했지만, 마음이 통해 친하게 지내는 홍주 때문에 설록과도 자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설록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다 홍주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진혁이는 축구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서 축구 연습에 온 힘을 다 쏟았다. 얼마 전 시합에서 다리 근육 부상을 입어 한 달간 무조건 쉬라는 진단을 받고 심심해 미칠 것 같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희망FC 후원자인 홍주 부모님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템플스테이 참가를 권유해 함께하게 됐다.

황령사로 출발한 4명의 어린이 탐험대

설록과 홍주, 대홍과 진혁 4명의 어린이 탐험대는 부모님과 표 박사로부터 주의 사항을 단단히 들은 뒤 상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탐험길에 올랐다. 버스터미널에 배웅 나온 대홍이 어머니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에이, 엄마는 창피하게.”

짐짓 강한 척하던 대홍도 결국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아이고, 유난 떨고 있네. 덩칫값 좀 해라.”

엄마가 없는 설록과 진혁의 어두운 표정을 본 홍주가 대홍에게 핀잔을 주며 분위기를 바꿨다.

“절에서는 휴대폰도 못 쓰고, 인터넷도 안될 텐데 단단히 각오들 해!”

그러자 설록과 진혁이 동시에 말했다.

“어차피 난 핸드폰도 없어.”

그러자 홍주와 대홍이 눈을 마주치며 탄성을 질렀다.

“설록이랑 진혁이가 마음 통한 것 처음으로 본다. 너희 둘이 찌찌뽕 해. 아니면 하이파이브를 하던가.”

설록과 진혁은 쑥스러운 듯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체했다. 3시간 가까운 버스 여행 동안 밝은 성격인 홍주와 대홍 덕에 설록과 진혁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도 하면서 제법 친해졌다. 여행은 평소 서먹하던 사이도 가깝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상주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중국 무술 영화 속 악당을 떠올릴 정도로 무섭게 생긴 스님이 마중 나와 있었다.

“너희가 어린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냐?”

스님의 낮고 걸걸한 목소리에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한 아이들은 스님을 따라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것처럼 낡은 승합차 앞에 섰다.

“타라. 이래 보여도 아직 10년은 끄덕 없는 차다.”

스님의 차를 타고 가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어린이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설록 일행 4명이 전부라는 것이었다.

스님이 들려준 상주와 황령사의 역사

황령사는 신라 선덕여왕(서기 638년) 때 의상대사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이지만 임진왜란 때 불에 탄 후 여러 차례 다시 짓는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가 줄었다. 지금은 주지 스님 한 분이 자원봉사를 하는 보살들과 운영하는 개인 사찰로 축소되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에서 한 신도가 전화를 해 모든 비용을 선불로 입금할 테니 자기 자녀를 위한 특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게 누굴까?”

홍주가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지며 설록의 얼굴을 쳐다봤다.

“혹시, M?”

설록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홍주에게 주의를 줬다. 아직은 스님을 포함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스님은 아이들끼리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 앞을 보고 운전을 하며 상주와 황령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상주는 신라와 고려시대 문화의 중심으로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이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란다. 특히 황령사는 1254년 몽고의 고려 침략 당시 홍지 스님이 이끌었던 의병대가 정규 몽고군을 물리치고 상주성을 방어해 냈는데, 이 전투는 ‘여몽 전쟁(고려와 몽고 간 전쟁)’에서 고려 의병이 거둔 첫 번째 승리였어.”

말을 잠시 멈춘 스님이 뒤를 돌아보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너희 학교에서 이런 중요한 역사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지?”

넷 중에서 공부에 가장 열심인 대홍이가 대답했다.

“몽고가 고려를 침략한 전쟁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황령사 민병 이야기는 안 배웠어요.”

그러자 스님이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단다.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때도 황령사에 본부를 둔 의병 ‘창의군’이 혁혁한 공을 세웠어. 하지만 결국 일본군에 상주가 함락당했고, 황령사는 일본군의 보복 공격을 당해 모두 불타 버렸지.”

다른 아이들이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설록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오래된 절이면 보물도 있겠네요?”

갑자기 스님의 표정이 굳으며 눈이 날카로워졌다.

“보물? 그것 참 재미있는 질문이구나. 오래된 절에는 다 보물이 있지. 큰 스님의 사리가 담긴 탑, 천년이 넘은 부처상, 불교신앙을 담은 그림인 탱화…. 그런데 황령사는 여러 번 불에 타 보물도 사라지고 없어. 유명한 탱화가 있긴 한데, 지금 김천 직지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란다.”

홍주가 무척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고려시대 책 같은 건 전혀 없다는 말이네요.”

그때, 스님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아이들 몸이 앞으로 쏠렸고, 가장 체구가 큰 대홍이는 안전벨트를 맸음에도 불구하고 앞좌석 등받이에 이마를 찧었다.

“아야, 무슨 일이에요?”

스님이 당황한 듯 뒤를 돌아보며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이 차가 가끔 이렇게 말썽이란다. 다친 데는 없니?”

아이들은 머리나 가슴을 만지며 괜찮다고 답을 했다. 축구선수인 진혁이는 다리를 세심하게 점검한 뒤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설록만이 아무 말 없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스님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홍주가 대홍이를 살피며 한마디 했다.

“우리는 괜찮은데요, 이 우람한 어린이는 부모님이 끔찍이도 아끼는 외동아들이라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안 되거든요. 근데 이마에 혹 하나 난 것 말고는 괜찮네요.”

스님이 다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혹시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리면 병원에 가자.”

대홍이는 두 손을 크게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 차는 다시 출발했고, 혹시 사고가 날까 봐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좌석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도로를 벗어나 덜컹거리며 산길을 한참 달린 뒤 드디어 황령사에 도착했다.

날은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절 앞에 있는 연못의 검은 물은 가까이 다가서면 확 집어삼킬 것처럼 무서웠다. 절 뒤쪽으로는 커다란 산이 마치 세상의 끝인 것처럼 모든 것을 막아서고 있었다. 스님은 산 이름을 칠봉산이라고 했다. 절 안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다른 세상’ 같았다. 아이들은 소지품을 모두 내어 놓고 회색 승복으로 갈아입은 후 대웅전에 모였다. 대웅전 가운데에 죽비를 들고 선 스님은 낮과는 사뭇 다르게 위엄과 권위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불경을 외우며 절 안을 도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 공양(식사)과 불경 공부, 참선을 마치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황령사에서의 첫날 밤, 남자 아이들은 스님과 같은 방에서, 홍주는 여자 보살님들과 같은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도시와 달리 아무 불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왔다. 산새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산사의 밤은 신비롭고, 조금은 무서웠다. 긴 여행에 지친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등장인물 소개

나설록 도일초 6학년. 다섯 살 때 참혹한 살인사건으로 부모와 누나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이는 아직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였던 표 박사가 요양원에 있던 설록의 법적 친권자인 할아버지 동의를 얻어 ‘후견인’ 자격으로 설록을 데려와 연구소에서 지내게 했다. 어린 나이에 겪은 엄청난 충격(트라우마)으로 인해 또래에 비해 조용하고 우울한 성격. 어려서부터 연구소에서 훈련받은 덕에 비상한 두뇌 회전과 추리능력, 범죄심리와 수사기법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갖추고 있다.

차홍주 설록이 표 박사와 함께 살게 된 이후 줄곧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단짝 친구. 부모가 모두 경찰관.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우울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며 가끔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설록을 피하고 싫어했다. 하지만 설록의 사정을 아는 부모님의 꾸준한 설명과 설득으로 지금은 단 하나밖에 없는 설록의 친구가 됐다.

마대홍 설록과 홍주의 절친. 키 162cm, 몸무게 65kg의 큰 체구지만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다. 다정한 인사말 한마디 듣지 못하면서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설록을 도운 든든한 친구다. 최근 부모님의 지나친 학구열로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설록·홍주와 함께 놀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하진혁 홍주의 절친.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설록을 싫어했지만 털털하고 마음씨 고운 홍주 덕에 설록과도 친구가 됐다. ‘천사의 집’ 보육원생으로 희망FC의 주전 스트라이커다.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축구에 올인한 축구 천재다.

깜짝 미션! 설록홈즈 뮤지컬 보고 표창원 박사의 강연도 듣고

까칠한 주인공 ‘설록’. 설록에게는 이름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있는데요. 1화부터 열심히 읽은 독자들이라면 ‘아하!’하고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설록의 이름에 얽힌 사연을 소년중앙 e메일로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독자 5명에게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도 보고 표창원 박사의 강연도 들을 수 있는 공연 티켓을 각각 2매씩 드립니다.

응모 마감 11월 24일 자정까지 응모 방법 설록 이름에 얽힌 사연과 함께 학교·학년·이름·연락처를 적어 e메일()로 접수 당첨자 발표 11월 26일 오후 7시. 당첨자 개별 통보. www.소년중앙.com에서 확인 가능 공연 일시 12월 9일 오후 5시 공연 장소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표창원 박사는… 1966년생. 범죄심리학자. 탐정 셜록 홈스에 매료돼 경찰대학에 진학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경험하고 전문적인 범죄수사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

1997년 엑서터 대학에서 범죄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 최초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활동하다 2001년 경찰대 교수로 임용, 2012년까지 재직했다. 퇴직 이후

표창원의 범죄과학연구소를 열고 범죄심리학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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