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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국인|미국의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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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체미 8년 본대로 들은대로…김재혁 전특파원
80년대에 들어와 미국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은 『미국의 부활』과 『미국주식회사』란 말이다. 「레이건」대통령은 미국의 부활을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라고 말하고「카더」전대롱령은 『재활』(Revitalization)이라고 약간 다르게 표현했으나 그뜻은 마찬가지이다.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국민의 사기를 북돋움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미국의 힘과 권위 그리고 미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부르짖음이다. 그목표는 일본주식회사를 능가하는 미국주식회사를 만드는데 있다.
미국의 재공업화가 공장현대화와 최신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회복이라는 경재적 활력을 강조한 것이라면, 미국의 재활은 거기다가 미국사람들의 정신적인 활기까지를 함축하고있다. 나아가 군사력 증감으로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미국사랍들은 60년대와 70년대를 통해 실패와 좌절을 톡톡히 맛봤다. 흑인들의 민권운동-반전평화운동-월남전패배-워터게이트 추문-이란인질 구출실패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군사·사회적 소요와 실패는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더구나 미국은 일본·서부공업국·일부 개발도상국과의 경제전쟁에서 날로 몰려 세계시장을 빼앗기고 있으며, 국내시장마저도 수입품 홍수에 내맡기는 꼴이 됐다.
미국안에서 구르는 자동차 4대중 1대는 수입품이며, 강철재의 6분의 1을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60년대에 미국내 TV생산공장은 25개소나 됐다. 그러나 현재 겨우 6개소밖에 남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제 도요다 승용차, 건설공사장에 쌓인 룩셈부르크산 강철재, 안방을 차지한 한국산 TV-값싸고 품질좋은 수입품을 쓰고있지만, 그런것들이 무역적자를 초래하고 인플레와 실업사태를 몰고 오고 있는데는 못마땅해한다.
무역적자는 해마다 3백억∼4백억달러씩 쌓여가고, 세계시장점거율은 22%(62년)에서 14.7%(71년)로 떨어졌다.
힘의 회복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목표는 미국이 모든 면에서 세계를 지배했던 제2차세계대전 직후의 수준에 두어지고있다. 미국사람들에겐 그때야말로 참좋았던 시절(Good old days)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공업화를 처음으로 주장한 정책연구센터의 「아미타이·에치오니」교수는 공장현대화-기술개발-생산성 향상-수출증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장과 산업체가 다시 힘차게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까지의 소비자 위주의 산업구조를 생산자 위주의 산업구조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재공업화의 필수조건을 다음과 같이 들고있다.
첫째, 기업의 생산의욕을 높이고 재투자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이를위해 재투자에 대한 과세를 유보하거나 감가상각에 유리하게 세금제도를 개선하는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생산성은 선진국 가운데 영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공장시설이 일본보다 노후됐고, 새로운 기술도입이 늦은데다가 노동의 질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2차대전직후와 비교하면 통신부문만이 5%에서 7%로 상승됐을뿐 농업(6·5%에서 3%로), 광업(4%에서 마이너스 4%로), 교통(3%에서 l%로), 건설(3%에서 마이너스2%로). 무역(3%에서 0.5%로), 사기업(3%에서 1%로), 제조업(3%에서 1.8%로), 서비스업(2%에서 0.5%로)등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둘째, 기술연구·개발을 고무하는 각종 정책을 실시하여 일본과 서구의 기술수준을 따라 잡을 것.
세째, 적극적인 수출진흥정책의 실시. 미국은 2차대전 직후 세계교역량의 25%를 차지했었다. 현재 14.7%로 떨어진 시장점거율을 이수준으로 높이기위해 수년전부터 「국가수출정책」을 실시하고, 수입에대한 무역장벽을 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발류·섬유류·컬러TV가 쿼더에 묶여있는 것이라든지, 79년부터 대미 입초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미국의 수출정책 영향때문이다.
미국의회가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무역회사법안은 일본이나 한국과같은 종합무역상사의 설립을 내용으로 하고있다. 미국 수출입은행과 시중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고, 수출품에 대한 덤핑금지법 적용을 완화하는 등 여러가지 특혜를주는 것을 검토하고있다.
네째, 부패방지법의 탄력적인 적용. 미국의 기업들은 해외활동에서 뇌물을 줄 수 없도록 법률의 구속을 받고있는데, 일본 등 다른 나라는 이를 지키지않아 미국이 국제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이를 다소 융통성있게 현실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만약 미국이 종합무역상사를 설립하거나 부패방지법을 완화한다면 미국주식회사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레이건」행정부는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부활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자유경쟁체제를 신봉하는 미국이 일본주식회사와 같은 체제로 전환하기는 쉽지않다. 그렇지만 많은 미국사람들이 미국을 부활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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