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과의 스포츠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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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북경을 방문중인 일본의 한 중진언론인이 중공 부수상 만리와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과 중공, 일본의 스포츠 교류를 제의했다. 중공 측의 반응은 『서로 노력하자』-, 긍정적인 반응이나 다름없다.
이미 중공은 작년11월, 서울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북경 발 외신 보도로 띄워 보낸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청신호는 어떤 국제대회에서건 한국과의 스포츠 교류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는 그들의 종전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데 의의가 있다.
사실 중공은 한-중공 여자 농구 게임을 직접 중계 방송할 만큼 벌써부터 한국과의 스포츠 교류에 대해선 매우 현실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미 국제 정세는 스포츠 교류마저 기피하던 냉전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중공 당국의 인식 같다.
그러나 이번 제의와 관련해 문제는 한-중공의 직접 스포츠 교류가 아니며 북한의 거부 반응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남북한과 중공, 일본의 팀은 이미 국제 무대에서 축구가 아니라도 여러 차례 대전한 경험이 있어 순수한 스포츠적인 의미에선 이번 제의가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단지 이것이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의 4개 팀이 모인다는 점에서 만약 실현이 된다면 꽁꽁 얼어붙은 남북한 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점과 나아가 한국-중공의 직접 교류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한국과 중공의 직접적인 스포츠 교류는 미-중공의 핑퐁 외교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두 나라 관계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아직 중공은 그럴 의사가 없음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 북한 관계의 우선적 고려 때문이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중공 국방상 경표는 이례적으로 휴전선을 둘러보고 평양 군중대회에 참석,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북한측 입장을 두둔했다.
물론 중공이 스포츠 같은 비정치적 분야에서 한국에 대해 탄력적인 태도를 취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북한의 저항을 무릅쓰고까지 한국과 교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실로 동북아 정세의 해빙은 정치 분야이건 비정치적 분야이건 북한측의 맹목적 억지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관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물론 한국, 중공도 스포츠, 문화, 무역 등 비정치적 분야에선 상호 유연한 자세로 대하려고 노력해 왔다. 오직 북한측만은 계속 경직된 자세로 동북아의 해빙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서울울림픽의 참가를 거부하며 이 평화의 제전을 한민족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키려는 민족적 노력도 외면하고 있다.
그들의 모든 비정치적 대외 활동은 결국 정치 목적에 충실하게 예속되고 있어 남북한 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태도가 대외 활동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임은 충분히 짐작된다. 결국 남북한과 일본, 중공의 팀이 모이는 국제대회는 북한의 반대와 중공의 주저로 성사될 가망은 사실상 없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어느 때까지 계속될지 모르나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의 해빙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스포츠를 통하건 무역을 통하건 대 중공 문호 개방을 계속 타진하면서 서로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최선의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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