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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빛 허리띠가 프랑스를 졸라맨다"|파탄에 직면한 미테랑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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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들에게 장미 빛 미래를 약속하며 등장했던 사회당정부는 지난달 12일 유럽통화제도(EMS) 안에서 집권 1년 남짓만에 두 번째로 프랑화를 평가절하(환율 인상) 해야할 만큼 경제정책면에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실제론 10% 하락>
81년 10월의 1차 때는 「지스카르」 전 정권의 「유산」 정리적 의미를 가졌으나 이번의 2차 평가절하(5.75%)는 「파산의 확인」(르피가르) 등 격한 말이 나올 만큼 경제정책실패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랑화의 평가절하와 함께 서독의 마르크와 네덜란드의 플로린화가 각각 4.25%씩 절상돼 실제로 프랑화의 가치는 10%나 떨어진 셈이다.
정부는 프랑화 평가절하 보완을 위한 후속조치로 다음과 같이 물가와 임금의 일시적 동결을 주축으로 한 「긴축정책」을 발표했으나 이 같은 충격요법이 실효를 볼지는 미지수다.
▲물가동결=각종 물가와 집세·의료수가·주식배당금 등을 프랑화의 평가절하, 전일인 6월11일 수준에서 앞으로 4개월간 동결하고 7월1일 인상 예정이던 공공요금 인상도 연기한다. 다만 전기·가스·휘발유·과일·야채·곡물은 제외한다.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월 0.7%로 묶어 연간 10%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수입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자의 고통이 커지고 동결해제 때의 물가폭등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임금동결=지난 1년간 평균 18%의 증가를 보였던 모든 임금(최저임금은 제외)을 9월30일까지 묶어 임금인상으로 인한 인플레 촉발을 방지한다.
이 조치는 대다수 봉급생활자의 구매력을 약 3∼4% 약화시킬 것이란 비난을 사고있다.
▲재정긴축=1천2백50억프랑(13조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재정적자를 1천50억프랑(11조3천억원)으로 줄여 83년까지 재정적자폭을 국민총생산(GNP)의 3%선으로 유지한다.
이는 공공부문지출에 의한 경기부양에 한계를 느낀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 재정지출감액은 사회전반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세금의 신설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연간 1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를 따라잡고 균형예산의 회복, 고용확대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내놓은 긴축정책은 이밖에 기업주와 피고용자의 부담금 중액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사회보장부문의 정부지출감액, 장기실업자 구제를 위한 새로운 제도창안, 위장실업퇴치 등을 내용으로 한 실업증대억제책도 담고있다.

<"기업 도산 부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CNPF)의 「이봉·가타즈」 회장은 『물가동결이 경제의 건강을 해쳐 많은 기업의 도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노조에서도 『땀과 눈물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임금동결에 반대하고 있다.
사회당 안에서조차 임금동결이 사회주의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든가, 물가동결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견해가 많다.
지난 30년래 처음으로 9개월만에 두 차례의 프랑화 평가절하를 했다든가, 나치독일의 점령치하 이후 처음으로 4개월간의 임금동결이 등장했으며 「지스카르」 전 정권이 오일쇼크 때도 이 같은 정책은 쓰지 않았다는 등의 「역사」도 「미테랑」 정부를 괴롭히는 「현실」이다.
프랑화의 2차 평가절하 이후 국내의 언론들로부터 『인플레 퇴치보다 실업자구제에 우선했던 사회당 경제정책은 1년만에 실패했다』 『프랑화의 절하는 「미테랑」 경제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사회주의경제 1년만의 파산』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수모를 받고있는 사회당 경제정책의 실패원인은 무엇인가.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집약되고 있다.
『뒷받침할만한 재원마련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지출의 수문만을 활짝 열어 제친 데다 오도된 해방감에 사로잡혀 경제발전에 투입해야 할 자본을 소비로 낭비했다. 생산비개념을 완전히 무시하고 비생산적 지출을 능사로 삼는 등 건전한 경제운용의 원칙을 외면하고 불합리한 정책집행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론 기업구조의 약화가 치명타로 부각된다.
선거공약에 따른 노동시간단축·유급휴가 연장·정년연한감축 등의 일련의 정책방향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결과는 대외수지역조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사회보장부문에서의 기업부담 증가·생산설비에 대한 부유세부과 등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프랑스 기업들은 지난 1년간 경쟁상대인 외국기업의 2배 이상의 세금부담으로 허덕였고 이번의 긴축조치로 9백억프랑(9조7천억원)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노조권한의 확대·금융 및 기간산업의 국유화가 모든 기업인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정부시책에 대한 불신만을 조장했으며 국유화조치는 특히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유능한 경영인의 이탈 등 경제효용 면에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미테랑 인기하락>
재정부문, 특히 공공지출부문의 적자폭은 1년 전 4백80억프랑(5조2천억원)이던 것이 지금은 1천억프랑으로 늘어났고 내년엔 2천억프랑(21조6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플레증가·실업률증가·생산성약화·국내외 적자심화에서 비롯된 논리적 귀결이란 설명이다.
모두의 허리띠를 죄게 만드는 이번 조치를 사회당정부는 『변혁의 제2단계』라고 부르며 문제해결의 자신을 표시하고 있으나 기업은 기업대로 『우리를 완전히 죽여놓고 이제 와서 나라를 구하라고 하소연하기냐』고 냉담한 반응이고 노동자들은 그들대로 『우리 앞에 화려한 카피트를 펴놓은 다음 이제는 이해해달라고 조르기냐』고 불만이다. 「지스카르」 전대통령이 경제정책문제에서 「미테랑」보다 유능하다는 평가(IFRES조사)가 나오고있는가 하면 「미테랑」 대통령과 「피에르·모르와」 수상의 인기도도 각각 6%·3%씩 떨어졌다(IFOP조사).
이대로 가다간 제3의 프랑화 평가절하도 멀지 않다는 걱정의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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