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윤리와 서구적 시민의식의 차원 높은 조화가 당면과제|김태길교수,「사회발전과 의식」 학술대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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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날 우리의 전통적 윤리의식과 서구적 시민 윤리의식을 어떠한 원칙에 따라서 어떻게 융합시키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문화사적과제중의 하나다. 다음은『사회발전과 의식구조』란 주제를 놓고2일 세종문화회관 대 회의실에서 열린 현대사회연구소. 연례 학술대회에서 김태길교수(서울대·철학)가 발표한『전통의식과 시민의식』의 요지.
오늘날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전통윤리의 사고방식과 시민윤리의 사고방식이 아울러 자리잡고 있다. 더러는 고유한 미풍양속이 사라져 가는 것을 개탄하면서 전통의식의 보존을 강조하기도 하고 더러는 현대가 가족주의적 농경사회가 아님을 지적하여 민주적 시민의식의 함양을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 의식과 시민의식 가운데서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적으며 식자층의 여론은 두가지 의식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가족주의적 친애의 정에 심리적 기관을 둔 전통적 윤리의 힘만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서구적 시민윤리의 처방만으로 한국사회가 경험하는 인간적 갈등 모두 원만하게 해결하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윤리의식은 우리들이 당면한 사회문제 내지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있는가 하는 고찰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 또는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적 이기심이 지나친 나머지 남의 권익 또는 사회의 공익을 침범하는 행위가 많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사회적 갈등의 근원은 안정과 균형을 얻지 못하여 위태로운 경제생활에 있다.
윤리의식의 가장 큰 사명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행위의 지침이 되는데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규모가 크고 관계가 복잡한 현대의 우리 사회에 적합한 윤리의 바탕은 민주적 시민윤리에서 구해야 옳다는 결론을 얻게된다.
폭넓은 인간애 또는 광범위한 「우리의식」이 일반적 사회윤리를 위한 실천적 역량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외면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을 극복하고 생명과 인격, 학문과 예술, 도덕과 종교등 내면적 가치를 가치체계의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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