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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승려들이 불교혁신 앞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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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누적된 폐습의 구각을 깨고 부처님 경법을 올바로 구현, 새로운 한국불교중흥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젊은 사문들의 조직체가 탄생됐다. 불교 조계종의 학인승려 5백여명이 지난20일 경북 금룡사에서 제1차 하기수련대회를 갖고 전국학인승가연맹(가칭)을 결성, 일대의 불교혁신을 주창했다. 동국대 불교대, 중앙승가대, 비구니승가대, 전국 각 사찰 전문강원생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한국불교근세사에 유래가 없는 「승단 자각운동」일뿐만 아니라 기성승려들에 대한 압력단체 구실도 할 것으로 보여 불교계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와는 맥락을 달리하지만 조계종의 30대 소장승려들은 지난번 임시종회(6월2, 3일)에서 종헌을 개정, 종회의원 피선거권자의 하한연령을 35세(현행 40세)로 낮추어 종회진출을 통해 뜻을 펴보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같은 소장승려들의 움직임은 선배승려들의 방어벽에 부닥쳐 물려서버렸고 학인사문들의 취지와는 달리 종단주도권과도 관련을 가진 것이라고 불수 있지만 어쨌든 「젊음」의 분류였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었다.
『부처님의 정법이 날로 쇠잔해가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정법을 수호하여 말법시대의 도탄중생을 구제치 못하니 어찌 먹물옷을 입은 사문의 본분이 부끄럽지 않은가.』
학인승려들의 승가연맹발기문 내용이다. 또 『작금의 불교계 안의 사태를 구조적으로 파헤쳐 볼 때 불교계의 안목은 이미 한계상황에 달한 감이 든다』고 기성승단을 비판했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 서로가 불법 안의 공동운명체임을 확인하고 현대사회에서의 학인승려 역할인식을 위한 스스로의 의식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학인승가연맹은 곧 대규모 전국학인대회를 갖고 뼈아픈 자기비판을 통한 수행자 본연의 자세도 확립할 예정이다.
연맹의 주요 활동목표는 세미나 등을 통한 불교중흥의 대안제시, 외부에서 오는 모든 사태의 즉각대처 등―.
축적되는 힘을 밖으로 적극 발산하겠다는 학인승려들의 웅지는 최근 원주에서 있었던 기독교의 불교비방사건 등에서 크게 자극됐다. 젊은 승려들과 청년불자들은 서울 조계사에 모여 이 사건의 성토대회를 가졌고 원주 현지에서는 대규모법회(지난6일)를 열기도 함으로써 이미 이같은 학인조직의 태동을 보였던 것이다.
젊은 학인승려들은 이번 수련대회 세미나를 통해 우선 불교개혁의 근본전제로 「진보적인 승가의식혁명」을 제창했다.
보현학인(동국대2년)은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자각을 통한 인간실존해결의 종교인 불교는 그 본래의 모습대로 오늘의 인간이 처한 현실적 문제와 실존적 고가 무엇인가를 똑바로 인식하고 불교내의 모순된 현실, 외적인 불교방해 요소들을 우선 제거하는 게 시급한 당면과제』라고 제시했다.
그는 또 과거의 불교사는 원시불교―부파불교―대승불교로 전개되면서 자체모순을 극복하고 외부세력과 투쟁하면서 파사현정을 선양했지만 오늘의 한국불교는 사정없이 짜고 치료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곪아있다고 진단했다.
신라 원효대사나 고려 보조국사의 불교혁신운동이 성공한데 반해 근세 불교개혁운동이 실패한 것은 승가의 지나친 몰자각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오늘의 한국불교는 다원적 문화의 현대에 맞는 보다 광범한 새로운 학문지식과 이론,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계율, 수행 등으로 시대적 요망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시급히 갖추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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