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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조원 매출 … 마윈 “빌 게이츠와 자선 경쟁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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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싱글스데이 특판 행사를 한 11일, 행사 마감인 자정 직전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프레스센터에 들러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날 571억 위안(약 10조원)어치를 팔아 지난해 싱글스데이(362억 위안)보다 60%가량 매출이 늘었다. [항저우 신화=뉴시스]

하루 만에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국의 싱글스데이 쇼핑 이벤트가 끝나기 직전인 11일 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예고 없이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9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된 마윈의 깜짝 출현으로 즉석에서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캐주얼 차림의 그는 바지 호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은 채 특유의 달변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혔다.

 평소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지 묻는 데 대한 그의 답변은 의외였지만 솔직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신발도 인터넷에서 산 것이다. 집에 가면 인터넷으로 구입한 게 무지 많다. 하지만 내가 직접 산 건 없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휴대전화로도 물건을 살 수 있게 됐지만 난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질문은 세계적 화제가 됐던 뉴욕 증시 상장에 집중됐다. 그는 “돈 때문에 상장한 게 아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상장 이유는 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하고 전 세계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회사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회사를 건설하는 데 공동으로 참여하게 하는 데 있다.”

 그는 “처음엔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을 접었다”며 “자회사인 알리페이도 상장할 계획인데 중국 증시에 상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그룹의 모태인 전자상거래 업체이고 알리페이는 전자결제시스템을 개발해 따로 설립한 자회사다.

 마 회장은 또 “상장 이후 주주들의 기대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주가에 대한 소신은 분명했다. “상장 이후 긴장의 연속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지만 우리 회사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고 업종도 새로운 분야다. 솔직히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하지만 모종의 재료를 활용해 알리바바 주가를 뻥튀기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그는 “많은 사람이 부자라서 좋겠다는 말을 한다”며 “이는 물론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오히려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큰 부자가 되면 많은 사람이 돈 때문에 주위에 몰려들게 되고 길을 걸을 때도 사람들이 다른 시선으로 쳐다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마 회장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며 “이런 고통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번 돈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자선활동을 위해 누가 더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경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 회장은 또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확산을 통해 중국의 농민을 돕는 게 당면한 목표라고 했다. 그는 “알리바바그룹의 주요 과제인 ‘무선화’ 전략은 농민이 도시민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현재의 유선에서 무선 모바일로 옮겨감에 따라 유선 인터넷 보급이 뒤처진 농촌과 도시 간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이어 “2014년을 알리바바의 주력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인 ‘티몰’의 국제화 원년으로 삼고 있다”며 “전 세계의 기업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전자상거래야말로 (광고와 마케팅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싱글스데이를 글로벌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0주년이 되는 2019년엔 매년 11월 11일을 전 세계인의 쇼핑 축제로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회견 도중 거듭 밝혔다. 싱글스데이 하루 동안 알리바바의 매출은 올해 571억 위안(약 10조원)을 기록해 첫해인 2009년에 비해 700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마 회장은 상상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이야기하며 회견을 끝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우리의 상상을 영원히 초월한다.”

항저우=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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