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표적 된 부자 덕에 경호산업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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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정답 : 박수친다'.

최근 한국의 한 언론이 전한 썰렁한 농담 한 토막이다. 웬만해선 남을 질시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기질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이른바 '처우푸(仇富.부자 미워하기)'심리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그 결과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나타났다.

◆ 유괴보험 유행=4일 중국에는 '민영기업가 전 가족 의외(意外) 상해 종합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이 등장했다. 돈 많은 기업가들이 유괴되거나 유괴로 다쳤을 때 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보험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기업가 유괴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우진융(吳金勇:가명)이라는 기업가는 부친을 위해 '유괴 보험'에 들었다. 치매에 걸린 부친이 10차례에 걸쳐 유괴됐기 때문이다. 매번 유괴범에게 10만 위안(약 1300만원)씩을 뜯긴 뒤 그는 결국 이 보험에 가입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에 접수된 유괴사건은 3863건.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신흥 기업가나 그 가족이 대상이 됐다.

◆ 무림고수들 인기몰이=중국 기업가들이 살해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다. 이 때문에 보디가드업이 번성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광둥(廣東)성에만 5000명의 보디가드가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선구도보는 "제대로 훈련받은 보디가드를 찾을 수 없어 최근에는 퇴역군인이나 무술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게 유행"이라고 소개했다.

◆ 약자 계층의 부자 질시=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이달 초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든 '민궁(民工)'이 부자 유괴에 많이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광시(廣西) 시골지역 출신들로 이뤄진 '상잉방(上映幇)'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돈과 재물을 빼앗은 뒤 반드시 피해자의 손가락을 끊는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들이 가진 자에 대한 질시로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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