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꽁무니 좇다 테러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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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공격당하지 않기를 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대변인이 18일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보고서를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채텀하우스'로 불리는 RIIA는 영국의 유명한 외교 싱크탱크다.

연구소가 블레어 정부의 친미 노선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영국이 미국에 종속적인 역할을 했기에 테러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런던 테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다.

보고서의 표현은 신랄했다. "영국은 미국과 동등한 의사결정자가 아니다. 운전대를 동맹국(미국)에 맡긴 뒷자리 승객으로서 대(對)테러 정책을 뒤따랐다"고 비꼬았다. "이라크 상황이 영국을 궁지에 빠뜨린 반면 알카에다의 사기를 북돋았다"고 했다. 영국이 북아일랜드 테러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해선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블레어 총리가 보고서에 화를 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직들이 나서 반론을 펼쳤다. 존 리드 국방 장관은 "다른 사람들이 테러와 싸우는 동안 우리는 뒤에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잭 스트로 외무장관도 나서 "우리가 오랜 동맹국과 어깨를 맞대고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보고서 내용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테러와의 싸움에 따른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반론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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