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83대입 전형방법 총 점검|없어질 부작용과 새로운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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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가 4개월간의 오랜 진통 끝에 8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방법을 확정했지만 82학년도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문교부는 그 동안 입시제도 연구위원 회를 별도로 만들고 대학교육정책자문위의 자문과 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를 받고 여론조사까지 실시, 현행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전·후기대학의 조정·안배부터 실패, 결국 차선책으로 2개 대학 복수지원을 1개 대학 단수지원으로 바꿔 눈치작전과 허수경쟁 등의 부작용을 줄여 보자는 선에서 부분적인 손질에 그쳤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지원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어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새 대입전형방법의 내용을 살펴본다.

<허수경정 해소>
83학년도 대학입학전형방법은 허수경쟁을 매제, 입시질서를 정상화하는데 주안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후기와 추가모집에서 지원을 1개 대학으로 제한하고, 합격자의 재 지원을 엄격히 규제하게 돼 모집단위별 지원자 수는 실질 경쟁률에 가까워 허수경쟁은 거의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대학 내 복수지망이 그대로 허용되고 있어 2, 3지망자가 경쟁에 끼어 드는 제한된 허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새 입시제도가 시작된 81학년도에 무제한 복수지원이 허용됐고, 82년 도에도 2개 대학 복수지원을 허용한 문교부가 이를 완전 폐지, 1개 대학 단수지원 제도로 바꾼 것은 중복 지원에 의한 허수경쟁이「도박지원」「눈치작전」을 부채질하고, 지원 응시 과정에서 갖가지 비교육적 부작용을 빚는 주범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정태수 문교부 차관은『수험생이 점수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비정상적인 입시 질서를 정상화하고, 능력과 적성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점수에 맞추는 대학선택」에서「적성에 따른 대학선택」으로 유도하고, 허수에 시달리는 선의의 수험생을 보호, 도박판 같은 대학입학전형 풍토를 교육적 선발과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의 전형 업무는 그만큼 간소화되겠지만 정원 미달사태는 당분간 가중될 것 같다. 대학 또는 학과에 따라 지원자가「넘치고 쳐지는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기·전문대 육성>
개선 안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전기대 중심의 대학입학전형체제를 전·후기 동격체제로 바꿔 놓은 점이다. 이와 함께 4년 제 대학에서만 과열을 빚고 있는 임시풍토를 전문대까지 체제 속에 넣어 완화하고 전문대률 육성하겠다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전·후기 전형이 끝난 뒤 추가전형을 동시에 치르도록 해 전기대학에 미달이 있더라도 후기전형이 끝날 때까지 충원을 할 수 없게 하고 추가전형에 맞춰 전문대 전형을 하도록 해 후기대와 전문대 학생 모집 여지를 그만큼 많이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즉 이 같은 입시체제를 통해 전기에 몰려 있는 대학의 후기 화를 유도, 전·후기 안배를 꾀하고 무조건 4년 제 대학 선택 기호를 점차 시정해 나가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후기 조정 실패>
문교부는 고교의 진로지도를 강화, 1개 대 지원 l1개 대 응시체제로 바꿔 본고사를 폐지한 현행 대학 입시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그 동안 전·후기 안배 작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학 측의 심한 반발로 좌절, 이를 대학자율에 맡기고 우선 1개 대 지원체제를 채택, 후기에 역점을 문 입시체제를 갖춤으로써 장기적으로 자연조화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문교부는 그 동안 국·공립 단과 대·서울소재 대학의 지방분교·81학년도부터 전기로 전환한 종합대의 후기전환을 종용했으나 벽에 부닥쳤다. 그 뒤 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전기대의 전·후기 분리선발 방안 등을 건의 받고 검토해 왔으나 이 또한 기존 후기대학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 포기하고 말았다.

<선택기회 대폭축소>
결국 전·후기를 82학년도 상태에 그대로 둔 채 지원을 1개 대학으로 제한 당한 수험생은 전기 대와 후기대가 각각 실시하는 2차 전형과 추가모집 등 모두 5회(전기 대 추가모집은 후기대 1차 전형과 동시 실시)의 응시 기회마저 3회(전기·후기·추가모집)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현행 전·후기 체제는 심한 전기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어 추가모집이 있기는 하지만 전기에 합격의 기회를 놓친 수험생은 후기에 선택의 여지선가 한정돼 있어 재수 사태 재발이 우려된다.
82학년도 현재 신입생 선발인원 19만여 명 중 84%에 해당하는 16만 여 명을 전 기대에서 뽑고, 여기서 불합격된 수험생이 지원할 후기대 선발 인원은 전체의 16%에 불과한 3만 여 명 뿐이기 때문이다.
전국 97개 대학 중 61개 대학이 전기에 몰려 있고, 36개 대학만이 후기이며, 11개 교대는 모두 전기에 학생을 선발한다.
특히 38개 종합대 중 대구대를 제외한 37개 종합대가 모두 전기전형을 하고 있다.

<객관식 단점 유보>
실시 3년째를 맞는 새 대학입시제도를 부분 보완, 장기적으로 이를 정착시키려는 문교부는 본고사가 없는 현행제도의 객관식 일변도 고사에 따른 단점 보완을 위해 대학별 면접 때의 작문 시험부과를 검토했으나 객관성 보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돌렸다.
본고사 없이 학력고사+내신성적으로 전형하는 현행 대학입학 전형제도의 끌간을 유지하면서 학력고사 및 내신성적 산출을 위한 고교고사의 객관식 일변도에 따른 병폐를 시정하고 점차 내신 반영비율을 높여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문교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아직도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에 필요한 입시정보가 부족하고, 체계적인 진로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화를 서두르게 되면 현실과의 마찰도 없지 앓을 것으로 보인다.
권순용<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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