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히딩크 본심은 … 피스컵 이기고도 '군기'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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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변하지 않은 카리스마와 식지 않은 인기. 과연 거스 히딩크였다.

피스컵 국제축구대회 예선 1차전이 열린 15일,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이 성남 일화를 2-1로 꺾은 뒤 숙소로 돌어가는 버스 안에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도대체 경기 내용이 그게 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첫 승의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던 선수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스코어는 이겼지만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는 게 히딩크의 지적이었다고 에인트호벤 팀 연락관은 전해줬다.

그렇지만 히딩크의 본심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에인트호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당한 전력 변화가 있었다. 박지성과 반 봄멜, 요한 보겔 등 핵심 미드필더가 이적했다. 이영표도 떠날 마음을 굳혔다.

반면 눈에 띄는 선수 보강은 없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약해진 전력으로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기존 선수들이 자세를 가다듬고, 신입 선수들이 빨리 팀에 적응하도록 '군기'를 잡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전관 예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훈련장으로 지정했다가 교통편 등을 감안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꿨다.

다른 팀들은 대전.울산 등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이나 지방 공설운동장을 쓰고 있다. 히딩크는 팀 숙소도 "한국에 있는 동안에 편하고 좋았다"며 남산 하얏트호텔을 고집해 관철시켰다.

한편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B조 경기에서는 토튼햄 핫스퍼(잉글랜드)가 선다운스 FC(남아공)를 3-1로 누르고 1승1무로 조 선두로 나섰다. 아일랜드의 축구영웅 로비 킨은 2골을 터뜨려 팀 승리에 기여했다. 선다운스는 0-3으로 뒤진 후반 중반 이후 맹반격을 했으나 토튼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한 골을 빼내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 열린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와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의 경기는 득점없이 비겼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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