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들 어디 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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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대로 변에 있는 GS칼텍스 직영의 학동 주유소가 이달 말로 문을 닫는다. 땅 주인이 월세를 올려주지 않으면 주유소 자리에 고층빌딩을 짓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 땅의 평당 시세는 4000만원을 웃돈다. 학동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기름값이 너무 올라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땅 주인이 요구하는 월세를 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주유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GS칼텍스 서울 강남지사 영역(서초.강남.송파.강동.하남.분당)의 경우 2002년 102개의 주유소가 있었다. 하지만 매년 그 숫자가 줄어들어 6월 말 현재 94개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만 네 곳이 문을 닫았다. 하반기 내로 두 곳이 더 폐업할 예정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주유소는 2000년 816개 였으나 매년 10개 안팎씩 문을 닫아 5월 현재 716개만 남았다. 특히 강남 지역 번화가인 강남대로 변의 주유소는 최근 수년 사이에 모두 없어졌다.

▶ 서울 강남의 주유소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땅 값이 크게 오르면서 부지 임대료가 급등하자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최근 늘고 있다. 사진은 이달말 문을 닫는 GS칼텍스의 학동주유소 전경. 오종택 기자

서울 도심의 땅값이 최근 3년새 두배이상 올랐고 이에 따라 주유소 부지의 월세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는 평당 2000만원이 넘는 땅에 지어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유업체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기름값도 도심 지역 주유소의 폐업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유소에 공급되는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올 1월 첫째주 휘발유 공장도 가격은 1ℓ당 1266원, 하지만 이달 14일에는 1ℓ에 1391원까지 올랐다. 주유소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1ℓ당 가격은 최고 1560원을 넘어섰다.

역삼역 사거리 남쪽 SK힐탑 주유소의 정우교 소장은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단골 주유소를 외면하고 기름값이 싼 외곽지역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심을 지키고 있는 주유소들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첨단 자동세차 기계를 도입하고, 손님이 직접 주유하면 1ℓ당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셀프 주유기를 도입하고 있다. 힐탑 주유소 정 소장은 "대기업에서 하고 있는 고객관리 마케팅 기법도 도입하는 등 단골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처럼 땅값.기름값이 계속 뛸 경우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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