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노인의 복용 량(6)|약|김신근<서울대 약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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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령자의 질병도 많아지고 있으며 아울러 약의 복용에 의한 부작용의 빈도도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그 원인의 하나로 노령자는 여러 가지 질병이 합병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투여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원인은 나이를 더해 감에 따라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 때문에 약에 대한 파 먼 반응이 생긴다는 점이다.
노령자는 만성질환이 많고 이 때문에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흔해서 청·장년 자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그 이유로서 약물 대사능력의 저하, 약물배설의 지연, 중추신경계의 기능변화, 질병과 질병 상태의 다원화 등을 들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각 장기의 무게가 줄어드는데 이것은 각 조직의 세포가 감소되기 때문이고 동시에 세포 그 자체도 노화에 의한 변화로서 대사능력이 저하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청·장년 자에 비해 보다 적은 양으로서도 필요한 혈중 농도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경안정제인 디아제팜의 반감기, 즉 약물이 체내에 들어간 다음 그 양의 2분의1이 배설되는 시간이 20세 청년에서는 24시간인데 비해 80세에서는 94시간으로 약 4배나 길 어 진다. 따라서 청·장년에 있어서의 사용량은 노령자에게는 과량이 될 수밖에 없다.
모 일반적으로 약은 두 가지 이상의 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데 노령자에서는 필요로 하는 약리 작용이 다른 바람직하지 않은 약리 작용과 평형상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일례로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클로르디아제폭사이드는 신경안정작용과 함께 근 이완 작용도 갖고 있어 60호 정도를 투여하면 노령자에서는 정신안정 작용 이외에 바라지 앉는 근 이완 작용이 강하게 나타나 졸리 움·어지러움·탈력 감·보행장애 등 이 생기게 된다. 젊은 사람에서는 약 10배의 양을 투여해야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요법의 기본적인 원칙은 필요로 하는 최소량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는데 있으며 이 원칙은 특히 노령자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령자는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약에 대한 신뢰감과 애착심이 강해 주어진 약을 성실하게 복용하므로 과량투여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령자는 보통 체중이 전성기 때의 2분의1∼3분의2 정도이고 각종 대사기능의 저하까지를 고려한다면 약 용량은 성인 량의 3분의1∼2분의1 정도가 좋다는 주장이 있다.
또 50세 이후에는 한 살을 더할 때마다 1%씩 복용 량을 감량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결론적으로 노령자에 있어서도 소아에 대한 약물 투여의 경우처럼 그 용량을 신중히 조절해야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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