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교원대학교」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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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존사범대학과는 별도로 초·중·고교의 핵심교원을 양성하는 「국립교원대학교」설립계획이 구체화하고 있다.
문교부는 서울대사대와 서울교대를 통합, 시범교원대학으로 육성하려던 당초계획을 바꿔, 군 사관학교 비슷하게 학비전액을 무료로 하고 학생전원을 기숙사에 수용하는 특수종합대학으로 국립교원대를 설립키로 했다는 것이다.
문교당국의 이 같은 구상은 사대 및 교육대학이 주축이 된 현재의 교원양성제도가 교직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주는데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같다.
교육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장 심각하게 부각된 것이 교원의 질과 관계되는 문제였다. 교사는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학생들이 참다운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데도 이제까지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이 원리가 부지불식간에 잊혀지다시피 되어왔다.
주 교사의 윤상군 유괴살해사건은 어쩌면 이 같은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교육의 비인간화』가 부른 참사라고도 볼 수 있다.
교사교육을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요청은 따라서 당연한 일로 수긍된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입학동기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서 지망을 한다든지 졸업 후에도 다른 직장부터 찾는, 교직을 기피하는 풍토에서 교육의 정상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교사에게 사명감이나 긍지가, 부족한 경우 참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국립교원대학교」구상이 나온 배경은 대충 이런데 있지 않나 짐작된다.
그러나 많은 재원을 들여 『사명감에 불타는 엘리트교사』를 양성하는 길이 우리교육이 안고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일수 있느냐에는 솔직히 의문이 간다.
학생선발을 까다롭게 하는 대신 여러 가지 특전이 주어지므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일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우수한 인재를 교사로 확보하는 것이 사도를 고양하고 교사의 질 향상에 기여하리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해야겠지만, 한마디로 이런 방책이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구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나라의 교사는 약18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문교당국이 현재 예상하는 대로 「국립교원대학」출신들이 한결같이 우수하고 교직에 대한 사명감과 긍지를 지닌다해도 그 숫자는 전체교원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은 뻔하다.
피라미드와 같은 구조의 군에서는 사관학교와 같은 엘리트양성기관이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교육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교원대학출신에게 교장에 이르는 최단 승진코스가 부여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일선교육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교장이나 교감이 우수하다고 해서 교육이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학교교육의 발전과 향상을 직접 책임지는 사람은 일선교사들이다. 이들 모두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만 교육의 정상적인 발전이 기약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존 교원양상기관으로는 11개 교육대학과 35개 사범대학 및 80개 대학에 설치된 교직과정 등이 있다. 만약 「교원대학」설치가 강행되는 경우 기존교원양성기관과의 갈등이나 마찰 등 부작용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문교당국이 「교원대학」만을 애지중지해서 집중적으로 육성할 때 사대·교대 등 다른 대학생들의 사기는 또 어찌될 것인가. 이들의 교직기피증이 한층 심화될 것은 뻔한 일이며, 똑같은 질의 교육을 받아야할 학생들의 권리도 외면하는 셈이 되고 만다.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교직자 사회에서 「핵심교원」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고등학교까지 평준화에 열을 올리는 문교당국이 핵심교원제도를 만들면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불평등한 교육을 시행하는 셈이 되고 만다.
1천억원이라는 돈은 우리의 재정형편에서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현재의 문교예산외에 이만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면 교원의 질 향상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교사의 엘리트층 양성이 곡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기존대학에서 실험을 해보고 실시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더구나 다양성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획기적인 방식에 의한 교사양성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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