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주택 구입외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면서 은행 건전성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세계 금융위기 같은 외부충격이 오면 주택담보대출발(發) 신용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우려는 최경환 경제팀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정책카드로 LTV·DTI를 대폭 완화할 때만 해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한도를 높여주면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올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세가 오락가락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 LTV를 50~60%→70%로 늘린 만큼 집값이 안 오르면 다시 후유증을 걱정해야 한다. 서울 강남의 10억원짜리 주택은 규제 완화로 최대 2억원을 더 빌릴 수 있다. 70% 한도를 꽉 채우면 대출 한도는 최대 7억원까지 늘어난다.
위험은 이 부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책 이전에는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6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70%까지 하락하는 경우는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일반적으로 70% 가격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경매가가 상승 추세에 있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언제든 다시 내려갈 수 있다. 김영일 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중국의 부동산시장 폭락 같은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경매가가 시세 대비 65%로 내려간다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매로 넘어간 집값이 시가 10억원에서 6억5000만원에 팔린다면 은행이 5000만원 손해본다는 의미다.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긴 전인 6월까지는 은행권의 LTV가 60%를 넘지 않았다. 앞으로는 대출이 늘면서 70%를 채운 가구의 비율이 늘어날 수 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겨도 은행 손실로 전가될 가능성이 적었지만 앞으로 2~3년 후 은행의 위험 노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카드버블이 노무현 정부에 부담을 준 것처런 집값이 둔화되면 다음 정부는 은행 건전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홍종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LTV·DTI 동시적용 주택담보대출 잔액 현황’을 봐도 부실위험은 커지고 있다. 이미 대출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올 상반기 기준으로 LTV가 60%를 초과하거나 DTI가 50%를 초과하는 ‘위험한 대출’은 30조700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중반쯤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인상 태풍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김동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