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미스터 M' 알카에다 연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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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런던 테러 사건의 폭발물 제조 용의자로 이집트에서 체포된 마그디 마무드 알 나샤르(33)는 생화학 박사다. 그는 이집트인으로, 자살 테러를 감행한 4명의 용의자가 거주했던 영국 리즈의 리즈 대학에서 올 5월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같은 대학에서 전임강사로 일했다. 별명은 '미스터 M'이다. 이름(마그디)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그는 테러 발생 일주일 전쯤 영국을 떠나 이집트로 갔다.

영국 경찰은 그의 집에서 폭발물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인 아세톤 페록사이드를 발견했다. 이 물질은 휘발성이 강하다. 2001년 트랜스 애틀랜틱 항공기를 폭파하려다 실패한 리처드 레이드가 신발 안에 지니고 있던 것과 같다. 그래서 테러 사건 직후 군사용 또는 상업용 폭발물이 사용됐을 걸로 추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영국의 BBC가 보도했다.

이 물질을 발견한 영국 경찰은 그가 직접 폭발물을 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생화학자인 데다 자살 테러 용의자 중 일부가 그의 집에 거주하면서 테러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샤르는 리즈의 한 공동주택 3층(방 4개)에 살았다. 경찰은 4명의 테러 용의자 가운데 최소한 2명이 그 집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가 사라지기 전 집 주인에게 열쇠 몇 개를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열쇠를 테러범들에게 줬을 걸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그를 추적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이집트에도 협조를 의뢰했다. 나샤르는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공부한 뒤 99년 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으로 옮겼다. 거기서 한 학기를 마치고 2000년 10월 리즈 대학으로 갔다. 이땐 이집트 국가연구센터의 장학금 지원을 받았다.

리즈의 이웃들에 따르면 나샤르는 미혼으로 안경을 썼고, 턱수염을 길렀다. 짧은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다녔다. 리즈 회교사원의 신앙 활동에 열심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의 슬럼가 출신인 그가 파키스탄 출신인 자살 테러범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교 사원에 열심히 다녔으므로 거기서 그들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 경찰은 나샤르가 알카에다 조직과 관련이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자살 테러 용의자들과의 연결고리가 알카에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샤르의 비자 유효기간은 올 2월이었으나 영국 당국은 연장해 줬다. 그는 이웃들에게 "더블린 대학에 취직하려 했으나 잘 안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집 주인은 15일 "약 2주 전 나샤르가 비자 문제 때문에 이집트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테러 용의자라는 소식에 카이로 대학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학과의 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믿을 수가 없다"며 "나샤르는 조용하고 온순했으며, 대학에 다닐 때에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연구센터 책임자인 하니 알나지르 교수는 "나샤르가 테러 발생 일주일 전쯤 찾아와 논문을 제출했다"며 "동료 교수들도 그의 언행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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