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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에 문 여는 '사랑의 미용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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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100원 미용실’에서 주부 강현주씨(앞)와 박주연씨가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행복이 없다고 생각해요."

대전시 유천동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박기덕(46)씨는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수강생들에게 미용기술을 가르칠 때면 늘 이 말을 강조한다. 15년 전부터 동료 미용인들과 함께 대전지역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미용봉사를 해온 박씨여서 봉사의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박씨의 제자인 주부 30여 명은 4월 '아름다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미용동호회를 만들고 '100원 미용실'을 개업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이 휴무인 화요일을 이용해 박씨 미용실에서 불우 이웃 등을 위한 봉사를 시작한 것이다.

유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해 준다. 무료로 할까 했으나 고객들이 창피하고 미안한 마음에 찾지 않을까 싶어 100원만 받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영업하는 '100원 미용실'엔 하루 평균 10 ~ 20명의 고객들이 찾아온다. 박씨와 회원들이 7 ~ 8명씩 조를 짜서 교대로 봉사활동을 벌인다. 12일에도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김형진(11.가명)군이 찾아와 "여름이니까 시원하게 깎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봉사자 강현주(39)씨가 기다렸다는 듯 가위를 들고 김군의 머리를 손질했다. 깔끔해진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김군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미용실 한쪽에 놓인 돼지저금통에 100원짜리 동전 한 개를 넣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저금통에 모인 돈은 1만2000여 원. 모금액은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민 이종완(69)씨는 "이분들 덕분에 머리를 자주 손질할 수 있어 한결 젊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봉사자 박주연(36)씨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남을 돕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밖에 한 달에 한 차례씩 노인복지시설과 공주교도소 등을 찾아 미용과 목욕.청소 봉사도 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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