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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공연 굿거리 장단도 개관 앞둔「푸른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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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순박한 농부「앤터니·퀸」이 영화관에서 마치 독일군의 표본인간으로 개조(영화『비시』중)되고 있을 때 휴게실 로비에서는 이탈리아 작가「장·크로드반」의 연극『뱀』의 공연이 한창이다. 같은 시간 4층 계단에서는 노래하는 대학생 그룹「꼭두소리 패」의 요란한 통기타 소리가 젊은 관객들의 흥을 돋는가 하면 심지어 비밀스러워야 할 화장실에까지 사진작가들이 침입(?), 벽면 여기저기에 작품을 내걸고 관객들과 마주한다. 이른바 화장실 사진전시회다.
「젊은이의 문화장터」를 표방한 푸른 극장「태·멘」이 5일 개관을 앞두고 준비에 한참인 서울 미근동 구 서대문극장. 도서출판 태·멘(대표 김정율·35)은 이 극장을 5년간 8천만 원에 임대, 내 외장 공사 등 개조작업을 마쳤다.
내 외장 도색은 젊은이의 발랄함과 싱싱함을 나타내기 위해 온통 푸른색으로 칠했고 그래서 극장이름도 「푸른 극장」이다.
온갖 잡동사니가 모이는 시골장터처럼 영화·연극·무용에서부터 요란한 통기타 음악과 흥겨운 굿거리장단 등 갖가지 공연과 전시회가 춤은 극장공간 여기 저기서 동시에 선을 보이게 된다.『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들의 재능을 펼쳐 보일 장소를 제공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문화와 접촉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혀 올바른 청년문화를 유도할 작정입니다.』
대표 김씨의 말이다.
1층에서 4층까지의 극장은 대 극장(영화관)외에 로비무대·전시장과 음향 감상 실·신간 서적 실·셀프서비스 룸 등 각종 공연장과 후식처가 마련돼 있다.
영화를 다 보거나 중간에 싫증이 나면 휴게실로 나와 로비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보면 된다.
4층 계단 모퉁이로 가면 통기타에 맞춰 목청 높여 노래를 즐길 수 있다. 1층 셀프 서비스 룸에서는 코피·오렌지주스 등 마실 것이 무료로 제공된다. 실컷 구경하고 마셨으니 휴게실 소파에서 하루종일 코를 골며 한숨 자더라도 내쫓기는 법이 없다.
또 휴게실 한 구석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는 문제작가 특강에 참가, 작가들과 얼굴을 맞대고 문학토론도 할 수 있다.
개관시간은 상오 11시부터 하오 11시까지. 입장료 1천 원을 내고 이 극장에 들어서면 1∼4층 극장 안 어느 곳을 가나 문화와 젊음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 사방 벽면에까지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관객들은 화랑처럼 꾸며진 화장실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극장측은 선전용 포스터대신 내부벽면을『어린 왕자』그림벽화로 장식하고『낙서하시오』라는 낙서공간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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