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소나무 벨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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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제주시가 제주대 입구 교차로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 중 아라동 목석원~춘강복지관 1.74㎞를 5월부터 76억원을 들여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고 있다.

공사 구간 가운데 제주대 입구 회전 교차로 한복판에는 100~130년생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한 그루(사진)가 있다.

이 소나무는 2002년 초에도 베일 위기에 처했었다. 원래 제주시 쪽 2차로의 한 켠에 있던 게 정실 방향으로 새 길이 뚫리고 교차로가 만들어지자 나무를 없애려 했었다.

하지만 나무를 가운데에 두고 로터리형 회전 교차로를 설치하면 친환경.안전성 면에서 더 낫다는 용역 결과에 따라 존치됐다. 높이가 10m를 넘고 학교 입구에 있어 상징목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제주대의 의견도 반영됐었다.

그러나 제주시는 이 길을 다시 왕복 6차로로 넓히면서 나무를 베어 내거나 옮겨 심고 신호등을 설치해 새로운 교차로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선진국에서도 속도 위주의 신호 교차로가 아니라 친환경성을 강조한 회전 교차로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소나무도 살리고 회전형 교차로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로정책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반면 일부 시민은 "희귀한 수목도 아니고 흔하디 흔한 소나무 한 그루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을 한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소나무 존치 여부와 제주대 교차로의 구조개선 방안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의 의견 등을 물어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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