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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독교의 교파 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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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그리스도를 통한 자유·평등·정의의 사회를 이룩하는데 실패했고, 그 반면 화려한 예배당, 뚱뚱한 장로에 기름기 흐르는 성직자를 양산했으며, 양떼들은 굶주려도 목자는 살쪄야만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는 것 같은 분위기만을 조성하고 있다.』
이만렬 전 숙대 교수의 70년대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주재용 교수 (한신대)는 최근의 한국 신학 연구소 주최 『70년대 한국 신학 진단』 심포지엄에서 이씨의 비판을 인용,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이같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예배당 「평수 경쟁」의 양적 팽창에서 파생되고 있는 구파 분열, 선교 사명의 이해 문제 등을 제기한 이 비판은 한국 기독교 현실의 한 단면을 실감 있게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기독교 대한 하나님의 성회」의 제31차 교단 총회 (지난 10∼12일·서울 서대문 총회 회관·서울 보광동 성광 교회)-.
한개 교단의 총회가 날자까지는 똑같지만 장소가 서로 다른 곳에서 열렸다.
이들 2개의 총회는 하나님의 성회가 마침내 지난해의 조용기 목사 파동으로 두 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의 성회는 끝내 세속적인 감정 대립 속에 서대문파와 순복음파 (조 목사파)로 분열, 각기 독립 교단이 됐다.
기독교 (개신교)라는 이름 전후에 붙는 접두사나 접미어에 따라 수없이 갈라지는 교파 분열-.
문공부의 81년 말 종교 통계는 69개의 등록 교단 「명함」을 열거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 정통 3대 교파 (장로교·감리교·성결교)의 하나이며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장로교의 경우 32개교만으로 분열돼 있다.
이밖에도 기독교단의 난립상은 ▲감리교=4 ▲성결교=3 ▲침례교=4 ▲오순절교=7 ▲안식교=2개 교단의 분파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 선교이래 단일 교단을 유지해 오고 있는 천주교나 개신교의 성공회, 구세군·루터교·희랍 정교회 등과 기타 군소 교단도 10여개가 있다.
한 사설 종교 문제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 교단은 86개에 이르고 장로교만도 46개 교단으로 분파 돼 있다는 것이다.
교회나 교파가 많다는 것은 다원화된 산업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당연한 귀결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의 교파 분열사가 이같은 필연적인 요청보다는 교권욕·지방색·영웅심·배타심·독선적 교만 등을 흔히 분열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교파 분열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보수파와 진보파의 분열이다.
보수·진보의 대립은 「복음선교」를 통한 개인 구윈 우선과 「하나님 선교」를 통한 사회 구원의 강조로 날카롭게 맞서 「용공주의자」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서로의 적대 관계 (?)를 점점 심화시켜가고 있는 지경이다.
교회의 지나친 세속화 오염에 따라 갈라서고만 한국 기독교의 교파 분열은 그 역기능으로 ▲교만간의 불신감 조장 ▲신도들의 혐오감 ▲무인가 신학교 난립과 저질 목회자의 양산 ▲기독교 전통적 가치의 와해 등을 초래한다.
교파는 인간의 사회적·문화적·역사적 상황이나 교회의 신학 노선에 따라 그 다양성이 불가피하지만 교단이 정치적·위계적 기능을 수행하는 반 기독교적인 교회 존재 양식에 불과할 경우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한국 기독교 교단 난립의 대표적 기능은 최근 20년 동안 세계사에 전무후무한 경이의 교세 신장을 이룩한 중요 동인이었다는 점이다.
즉 교파간의 팽창주의적 교세 경쟁이 전체 기독교의 놀라운 교세 신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변두리 개발이 시작되면 도시 계획 정지 불도저에 이어 들어서는게 복덕방과 교회다. 이같은 예는 아직도 개발이 진행중인 서울 강남구 서초 1동의 경우 서울교대 주변 사방 1㎞이내에만도 20여개의 교회가 들어서 있는데서 잘 나타난다. 또 신흥 아파트 단지에는 아파트 1동에도 5, 6개씩의 교회가 운집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 개신교 교회수 (4천7백개)는 그처럼 많다는 다방수 (4천4백개)보다도 더 많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한국 교회는 하루에 8개씩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 교단들은 75년부터 각각 한국 선교 2백주년과 l백주년을 향한「교회·신도 배가 운동」이라는 교세 확장 계획을 중요 선교 목표로 선정,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교단간의 교세 확장 경쟁은 84년이면 1천만명을 넘는 신자를 확보할게 거의 틀림없다.
한국 개신교의 교단 분열은 1952년 장로교에서 40년대부터 대립해온 김재준 목사의 자유주의 신학 노선과 박형룡 목사의 보수 신학 노선으로부터 비롯된 신학 논쟁의 결판으로 김 목사 측이 「기독교장로회」라는 새로운 교단을 창설한데서부터 비롯됐다.
그러니까 개신교의 교단 분열은 모두가 최근 30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다. 교단 분열은 감리교의 경우 몇 차례 분열과 통합을 되풀이하기도 했지만 이제 대체로 「난공 불락」의 성벽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대체로 교만 이름 앞에 「기독교」를 붙인 진보파와 「예수교」를 붙인 보수파로 크게 양분되는 개신교 교단 연합 기구로는 한국 기독교 교회 연합회 (KNCC) 등이 대표적이다.
어쨌든 독자적인 형태의 교회 구조를 지칭한 것인지 교회 분열을 가리우는 「자존심」을 지칭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은 끊임없는 교단 분열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할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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