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뿐인 전쟁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우방들은 포클랜드분쟁이 두 나라의 직접 군사적인 충돌까지는 가지 않고 협상을 통해서 타결되기를 바랐다. 인구 1천 8백명에 양 65만 마리밖에 살지 않는 포클랜드 군도는 어느 모로 보든지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총력을 기울여 싸우고, 그 결과로 서방진영의 결속에 큰 구멍을 뚫어 놓을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세계의 그런 기대는 영국군의 포클랜드 상륙작전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영국의 「대처」 내각은 포클랜드 군도에 대한 주권회복의 원칙에서 촌보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굳히고 아르헨티나군의 포클랜드 철수만이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의 뒷받침으로 취해진 조치가 포클랜드 상륙이고, 그 결과로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무력결전은 피할수 없는 코스인 것으로 보인다.
포클랜드 분쟁은 오산에 오산이 거듭되어 무력충돌로 발전하고 말았다.
당초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를 무력으로 일단 탈취하기만 하면 반 식민주의 투쟁의 입장에서 아르헨티나의 행동은 세계적인 지지를 얻고, ??양기를 맞은지 오랜 영국함대는 l만km나 떨어진 해역에서 반격작전을 벌이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는 아르헨티나를 사실상 침략자로 규정하고 아르헨티나군의 포클랜드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대처」 내각은 처음 1주일동안의 충격기를 벗어나자 기동부대를 파견하여 대 아르헨티나 공세를 취했다.
반면에 영국 또한 아르헨티나의 전투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오산을 범했다. 영국은 기동함대의 파견으로 아르헨티나군을 간단히 포클랜드에서 철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해·공 양면에서 영국군의 호적수로 등장하여 영국 구축함 셰필드호를 미사일로 격침시켜 영국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을 안겼다.
「대처」 수상은 영국인들의 존불(John Bull)정신을 자극하여 전쟁무드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그 덕에 지난 6일의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의 지지가 크게 늘고 노동당세가 후퇴했다.
뿐 아니라 런던 타임즈지 같은 신문도 『우리가 바라는 해결책은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군도 철수다. 이것은 단기적인 조건으로 절대적이다. 철수 없이는 주권, 행정, 잠정조치, 또는 자결권 따위 중기적 내지 외기적 조건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강경한 논조의 사설을 실었다.
영국은 지금 현실적인 이해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원칙논의 고수를 위해서 많은 무리를 범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들을 영국지지와 대 아르헨티나 경제제재의 대열에 끌어들여 아르헨티나의 등을 소련 쪽으로 떠밀고있다.0
두 나라 모두 이미 수십억 달러의 전비를 쓰고 많은 전사자를 내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친구들은 영국의「주권회복」이라는 추상적인 원칙 때문에 서방진영의 구체적인 이익이 희생되고 있는 사실을 이제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더우기 영국의 포클랜드 통치가 식민지시대의 유물이라고 하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이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이상 영국의 원칙론이 전면전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같은 논리는 아르헨티나에도 적용된다. 아르헨티나 군정은 거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포클랜드 군도를 점령하여 일시적으로는 국민들의 갈채를 받았나. 그러나 갈채 뒤에 온 것은 무엇인가. 힘겨운 전쟁에 의한 경제의 파탄과 확대된 정치위기뿐이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이성을 회복하여 실익 없는 결전을 피하고 협상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체면의 문제」를 잠시 덮어두면 홍콩방식 (주권을 양도하고 일정기간 조차)이나 안돌라방식(공동통치)등, 구하면 방법은 있는 것이다.
두 나라가 지금의 충돌코스를 달리면 전쟁은 양쪽이 모두 패자로 끝나고 소련, 쿠바 같은 나라들이 불난집에서 밤 주워 먹는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