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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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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성의 두각과 여성의 몰락」-한국배구의 현재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건 좀 의외다. 거센 여성파워의 위력 앞에 늘 기가 죽었던 것이 한국 남자스포츠의 그간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 어제 끝난 일본의 NHK배 3개국 친선 배구경기에서 남자팀은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에 대해 여자팀은 l승2패로 3위에 머물렀다. 여자 팀의 몰락은 계속된 친선 게임에서 일본 주니어 팀에도 참패함으로써 확인되었다.
한국 남자배구의 위력은 지난 21일 쿠바와의 싸움에서 드러났다. 쿠바팀은 「카리브해의 갈색 대어」라는 별명을 듣는 무서운 팀이다. 지난해 월드컵 배구에서 소련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세계배구의 정상급이다. 지난 9년간 한국은 쿠바에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7연패의 치욕을 당하고 있었다.
누구도 한국이 쿠바를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들도 한국의 성장은 인정하고 있다. 10월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소련, 중공, 폴란드 등 강팀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특히 세계 정상권 복귀를 노리고 기량을 연마해온 일본팀이 홈 코트에서 한국팀에 패배했을 때 그들의 쇼크는 컸다. 자책과 비판도 신랄했다.
일본 배구인 들의 한국팀 평가는 대신 좀더 높아졌다. 한국팀의 공격력은 78년 세계 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을 매보다 더 강화되었다고도 한다.
그때 한국팀은 강만수·이인·김호철이 주축이었다. 그들은 지금 모두 해외에 나가 있다. 이들의 은퇴로 팀의 전력은 한때 침체의 늪에 빠졌었다. 81년은 급전직하된 한국배구의 참담한 패배사로 장식됐다.
홍콩의 월드컵 예선과 슈퍼스타 대회에서 중공에 3대 0으로 완패했고, 루마니아의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일본에 3대2로 패해 4위. 서독 국제배구에서 조차 1승 2패로 4팀 중 3위였다.
NHK배 우승은 그 심체를 벗은 남자배구의 쾌거라서 더욱 값지다. 주장 강두태, 왼손잡이 강타자 장윤창, 중앙 속공수 문용관·유중탁, 세터 이범주와 팀의 최장신인 신인 이종경으로 형성되는 컴비네이션의 공격파워는 가위 일품이다.
그건 우연한 승리가 아니다. 그 승리를 가져온 것은 단결과 강훈이다. 강한 정신력도 있다.『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팀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갖고 있었다』는 일본 신문들의 찬사는 그냥 획득된 전 아니다.
그러나 자만할 단계는 아니다. 세계 육상의 길은 아직도 멀다.
쿠바의 코칭 스태프는 『우리의 패배는 콤비공격이 제대로 살지 못한 때문이니까 컨디션만 회복되면 쉽게 한국을 누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겁낼 일은 아니지만 배구인들이 분발과 단합으로 내일에 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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