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 금감위 '지배구조 간섭'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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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대기업 총수 의결권이 지분 8배 … 심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금처럼 대기업그룹 총수와 일가가 적은 지분을 갖고 계열사의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12일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기업집단 지배 주주가 계열사끼리 순환 출자 등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면 기업 내부의 견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경제력 남용과 재벌 기업끼리 불공정한 거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이처럼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4월 1일 기준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등 47개 민간그룹의 소유 지배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12일 발표한 올해 현황에 따르면 총자산이 6조원을 넘어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받는 민간 대기업그룹의 총수와 일가는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비해 8.57배나 더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 총수 일가가 A계열사의 지분을 10% 갖고 있지만 A계열사는 B계열사에, B계열사는 C계열사 등에 출자했기 때문에 총수 일가는 계열사 지분까지 자기의 의결권으로 행사해 실제 소유 지분보다 8배 이상 더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총자산이 2조원을 넘는 38개 민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수와 일가도 소유 지분에 비해 6.78배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국내 대기업그룹 총수 일가가 의결권을 과다하게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독일.영국 등은 대부분 그룹 형태가 아닌 개별 기업단위로 경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주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과 비슷한 의결권만 행사한다. 프랑스는 1.07배, 독일은 1.18배, 영국은 1.12배 등이라고 밝혔다.

이병주 공정위 독점국장은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 구조 왜곡이 있기 때문에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 3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보유한 평균 지분은 4.94%로 지난해보다 0.33%포인트 올랐고, 9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은 4.64%로 1.2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윤 기자<yoonn@joongang.co.kr>

***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중요한 것은 기업활동 결과 … 섣부른 관여 금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2일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정부가 지배구조를 판단하는 것은 큰 과오를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재벌 오너가 실제 지분에 비해 과다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외국자본의 폐해도 재벌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지배구조는 국내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되고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조감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등 이미 세계시장에 편입된 지 오래이므로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좋은 지배구조는 나라와 시대, 업종에 따라 모두 달라질 수 있고 어떤 지배구조가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적인지는 해당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윤 위원장은 "지금은 어떻게 국가적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따라서 기업이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가가 관건"이라며 "국제시장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재벌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이익을 많이 내 세금을 많이 내고 종업원에게는 높은 임금을 주며 주주에게는 많은 배당으로 사회에 환원을 많이 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면 그것이 강하고 좋은 지배구조"라며 지배구조는 기업활동의 결과를 보고 판단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특히 "기업 지배구조는 정부가 나서서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지배구조 문제에 개입하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벌 계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공정위와 시각을 달리 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자산운용 건전성 측면에서 상시 감독하고 있다"며 "기업투명성은 세계 선진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 상장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회사들이 상장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우수한 생보사가 상장되면 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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