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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신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떤 사람은 고개를 떨구고 여인은 냉소를 흘렸다. 어지럽게 터지는 플래시-. 손을 허우적이며 하수인들은 몸을 옴츠렸다.
나는 새도 떨어 뜨였다는 기관의 실력자도, 나라의 부를 손가락 셈하는 은행의 장도, 그 은행장을 손안에서 놀렸다는 경 국 여장부도, 2천억 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쥐었다 폈다 이 나라경제를 막후에서 조종했다는 영악스런 하수인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손이 묶였다.
그리고 그 순간, 후광처럼 따르던 돈과 권력의 베일이 벗겨지는 그 순간 알몸으로 수갑을 찬 모습들은 왜 그렇게 초라한가. 이들이 과연 우리를 이끌던 사람들이었을까.
어제까지 이 사회의「주연」이던 일꾼들이 사실은 그토록 파렴치한 사 기사 일당에 불과했다는 너무도 극적인「장 여인 드라마」의 반전에 온 국민이 망연해지고만 요즈음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체관의 철학을 생활화 해 온「조용한 아침의 나라」「민주·복지·정의」를 내건 공화국의 5월은 너무도 잔인한 느낌이다.
『지금이 어느 땐데….』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 의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시점확인에 모아지는 듯하다.
누구의 무엇 무엇이 어떻게「배후」가 되며 「배후」가 뭐 길래 은행도 기업도 눈을 못 뜨고 기어야만 하는가. 지금이 과연 어느 때 길래….
쇼크는 치유돼야만 한다. 될수록 빠른 시일 안에. 망연 자실,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쇼크의 치료는 오늘의 시점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어야 할 것 같다. 사회 곳곳에 아직 활개를 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쓸어 내야 만 한다. 바로 그 같은 사고가 얽히고 설 켜서 끝내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구호가 아니라 정책과 방법으로「민주」「복지」「정의」룰 뿌리내리는 작업이 늦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 모든 국민이 믿고 있는 오늘의 시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믿지 않는 국민에겐 모든 것이 소용없다. 병·식·신 세 가지가 귀하되 그 중에 마지막은 신이라고 했다(공자).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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