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갈 데가 있어야" 눈치만 보는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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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8월 나올 부동산 대책을 전후해 집값이 어떻게 될까. 설익은 대책 내용이 일부 흘러나오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그 때문에 주택을 팔아야 할지 사야 할지, 그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결정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거래가 줄고, 가격도 큰 변동이 없는 '눈치 보기' 장세가 8월 대책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집값이 떨어지는 곳도 일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도.매수자 모두 8월 대책의 내용을 보고 매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가 많기 때문이다. 휴가철과 이사 비수기에 접어든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투자자문사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매수 심리가 꺾여 시장은 당분간 쉬어갈 것 같다"고 봤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선덕 소장도 "하반기 강남권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8월 대책까지 겹쳐 집값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도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특히 가격은 내리지 않더라도 극심한 거래 부족으로 시장 분위기는 다소 냉랭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미 분당 신도시.용인 등은 매수세가 끊겨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초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송파구 잠실공인 최명섭 사장은 "매수 열기가 식어 상승세는 꺾였지만 집주인들도 8월 대책 전까지는 값을 낮춰 팔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8월 대책에 시중의 막대한 투기자금을 다른 투자처로 유인할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에셋자산운용 전유훈 이사는 "8월 대책이 수요를 막는 쪽으로 집중돼 거래하기가 더 어려워지면 거래 없이 호가만 오르는 왜곡 현상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판교 주변의 법원 경매시장도 열기가 한풀 꺾일 것 같다. 실제로 최근 이들 지역에서 입찰에 부쳐진 아파트의 경쟁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강남권과 판교 주변 아파트는 첫 입찰에 30~50여 명이 몰려들 정도로 '묻지마 낙찰'이 잦았다.

지난 5월 말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아파트 46평형은 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최근 같은 아파트 32평형엔 12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입찰 때마다 30명 이상이 몰리던 용인도 5일 입찰에 부쳐진 용인시 구성읍 동일하이빌 35평형에는 4명만이 참여했다.

8월 대책 이후의 주택시장은 정책의 강도에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집값 상승을 서울 강남권과 분당.용인 등 판교 주변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의 큰 줄기 가운데 가수요 억제책은 투기지역에서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으로 이미 시작됐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다른 정책은 양면성이 있어 악재가 호재로 둔갑할 수도 있으나 담보대출 제한은 분명한 악재여서 투기 수요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대형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은 내용에 따라 예상 밖의 파장을 몰고올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강남권에 넓은 평수를 늘린다는 구실로 재건축 규제를 풀 경우 해당 단지에는 호재로 작용해 집값이 되레 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경제연구소 양철원 연구원은 "신도시 추가 건설.재건축 규제 완화 등은 길게 보면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투기를 부추기는 재료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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