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거긴 아직 OFF로 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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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업 간에 이뤄지는 전자상거래(B2B)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이마켓코리아.앤투비.서브원.이상네트웍스 등 206개 B2B 업체는 지난해 모두 10조5700억원어치의 거래를 주선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43% 늘어난 규모다. B2B 시장이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4%씩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도매 시장은 연평균 2% 성장에 그쳤다. 이처럼 B2B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온라인 거래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 누이 좋고 매부 좋고=대구은행은 지난해 7월 여자 행원의 유니폼을 온라인 경매로 장만했다. 이 은행은 수십 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유니폼을 구입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B2B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를 두드렸다. 온라인 경매를 통해 대구은행은 구입 비용의 20%가량을 아꼈다. 경매에 참여한 업체가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입찰 가격을 보고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췄다. 대구은행은 이를 계기로 온라인 경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종전에는 종이나 컴퓨터.필기도구 등 소모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전산장비와 보안장비, 공과금 수납기, 통신장비 등으로 구매품을 늘렸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공사도 온라인 경매에 부친다.

태광산업건설도 온라인에서 자재를 산다. 이 회사는 철강 전문 B2B 업체인 이상네트웍스를 통해 매달 수억원어치의 철근과 H빔 등을 오프라인 시장보다 7% 싸게 구입한다. 이 업체 이상신 사장은 "철강 유통시장은 공급자의 힘이 언제나 강해 가격을 깎기 힘든데 사이버 공간에선 다수의 철강업체가 판매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가격을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홈테스코는 구매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지금은 B2B 업체 사이트에 접속해 주문내용을 입력만 하면 단계적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 투명해진 거래=조흥은행과 우리은행은 지점 인테리어 공사 업체를 온라인 경매로 선정했다. 은행 지점 인테리어 공사는 종전에는 웬만한 배경이 없는 업체는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 시비도 일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들 은행이 인테리어 공사를 B2B 업체가 주관하는 온라인 경매를 통해 발주하면서 잡음이 사라졌다. 참여한 업체 간에 상대방의 입찰 가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낙찰자 선정 과정을 인터넷으로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 철강거래의 경우 자동으로 거래 내역이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통보되고, 이를 근거로 전자세금계산서가 발행돼 무자료 거래관행이 없어졌다.

종전에는 구매담당자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철강업체 영업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납기를 맞춰 줄 수 있는지 등을 일일이 물어봐야 했다. 철강회사 영업직원이 전화를 받지 못하면 애를 태웠다.

그러나 요즘은 B2B 업체 사이트에 접속하면 국내 대부분의 주요 철강회사의 재고량과 가격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한 철강유통상 직원은 "철강업체 직원들에게 전화를 잘 받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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