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개혁·사채동결 고려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철희·장영자씨 부부의 사채사건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재무위가 이틀간에 걸친 정책질의를 마치고 14일 밤 폐회됐다. 13일에 이어 나웅배 재무장관, 김수학 국세청장, 배수곤 은행감독원장, 박봉환 증권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관계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이날 재무위에서 여야의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배후의 비호세력 개인여부, 사채 및 증권시장의 마비로 인한 경제혼란 수습대책, 악질사채업자에 대한 응징 책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질의, 답변요지 3면>
나 재무장관은『정부는 통화개혁이나 8·3사채동결과 같은 긴급조치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히고『8·3조치와 같은 것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장관은『현재까지 로는 이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과 금융계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명성그룹도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나 장관은『기업이 자신이 실제로 차입하지도 않은 금액의 2∼9배의 어음발행을 한 것은 여하한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제받기 어렵고 구제 받지 못할 과오로 본다』면서『검찰수사에서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이 추궁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장관은『기업공개촉진법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족벌기업인의 독단으로 기업이 경영되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도 한 두 명의 대주주가 좌지우지하여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고 지적, 『앞으로 경영과 소유의 진정한 분리가 되는 기업공개체제로 유도하고, 주주들에게 경영내용이 알려질 수 있도록 증시 등에 기업경영열람제도의 강화를 통해 가족경영이 마음대로 되는 풍토를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 장관은『우리도 일본의 퇴직금공제제도와 같은 단체퇴직금 적립제도가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기업의 도산 또는 근로자의 전직 시 입금과 퇴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앞으로 노동부 등과 협의해서 퇴직금적립 법 등의 제정가능성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수학 국세청장은『검찰이 발표한 장 여인의 사채 5백76원을 근거로 추징세금을 산출하면 56억4천7백 만원이 된다』고 밝히고『국세청은 장 여인의 최종 탈·누세 액이 밝혀지는 대로 과세통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장 여인이 경주 유드 호스텔 매입에 사용한 21억 원 등 자금 전반에 대한 출처를 추적중이라고 말하고 부도를 낸 일신체강에는 6억8천만원, 공영토건에는 8억4천만원의 세금을 추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질의에 나선 이영준 박완규(이상 민한), 박종관 황병준(이상 민정)의원 등은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단순한 경제사범이 아니라 반 국가사범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검찰이 이 사건을 단순한 외환관리법위반으로 다루려다가 강경 처리로 방침을 급선회한 것은 이 사건에 얽힌 권력의 비호를 감추려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야당의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최악의 상태에 빠진 증권시장의 회복대책과 사채시장 마비로 인한 경기회복대책을 물었다.
야당의원들은 검찰의 중간발표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 장 여인의 재산, 증권시장에서의 손실액, 자금조성경위 등에 대한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의원들은 특히 최근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명성그룹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느냐고 따지고 장 여인과 이철희씨에 대한 세금추징 용의를 물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