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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산책] 돌아온 '코트의 여왕' 전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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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전주원이 지난 5일 장충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한 뒤 부근 장충단공원에 나와 포즈를 취했다. 남편 정영렬씨와 딸 수빈이를 함께 촬영하려 했으나 남편 정씨의 일정이 맞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김상선 기자

몸이 좀 붇고 어딘가 흐트러져 보이는 아기 엄마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 신한은행 플레잉코치로 복귀한 전주원(33). 지난해 3월 임신소식과 함께 은퇴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맨 얼굴에 대충 입은 듯한 흰 남방과 청바지가 20대 때처럼 잘 어울렸다. 5일 장충단공원에서 만난 그는 그래도 고민이 많았다. 훈련.경기 일정 때문에 아기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고통, 그리고 뒤늦게 복귀해 옛 기량을 얼마나 발휘할 것인지 등을 걱정했다. 하지만 7일 복귀 무대에선 24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을 68-65로 꺾는 수훈갑이 됐다.

▶내 사랑 수빈이=모유를 먹였기 때문에 출산 후 2주 만에 제 몸무게가 돌아왔다. 팀으로 복귀해 아이와 떨어지게 되면서 하루라도 더 모유를 먹이려고 한 달치 젖을 짜 놓았다. 짜고 짜고 또 짰다. 우리집 냉동실이 모자라 시댁 냉동실까지 꽉 채웠다. 우리 딸 수빈이는 정말 예쁘다. 유월 중순에 중국 전지훈련 갔다 오느라 2주 만에 봤다. 경기 일정상 앞으로 3주 후에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어머니께서 경기장에 수빈이를 데려오신다고 해 위안이 된다. 수빈이는 기특하다. 오랜만에 만나도 내게 꼭 안겨 떨어지지 않는다. 그럴 땐 애한테도, 애를 봐주시는 시어머니께도 미안하다. 수빈이는 9일 정확히 10개월이 된다.

▶절대 후각, 절대 미각=향수를 100개도 넘게 모았다. 좋아하는 건 랑콤의 미라클, 랄프 로렌의 로맨스다. 경기 후에는 그린티 같은 상쾌한 게 좋다. 정장 차림 땐 샤넬 알뤼르나 크리스찬 디올이 좋고, 캐주얼을 입을 때는 남자 향수도 괜찮다. 옷은 다른 여자들만큼 산다. 그런데 여름과 겨울엔 경기 때문에 살 시간도, 입을 시간도 없다. 그래서 봄옷과 가을옷만 있다. 얼굴엔 돈을 안 들인다. 코치할 때 정장을 입을 경우에만 약간 화장을 했을 뿐. 땀을 많이 흘리면 피부는 아무것도 안 발라도 그냥 좋아진다.

미식가다. 후배들이 '대장금''절대 미각'이라고 부른다. 맛있는 것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초밥은 논현동의 스시하루가 최고로 맛있다(스시하루는 전주원의 남편 정영렬씨가 우리은행의 김영옥 선수 남편과 함께 연 식당이다). 이렇게 광고해도 되나.

▶트레이드 마크, 입술 위의 '점'=왼쪽 입술 위에 있어서 애교점.먹을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점 때문에 지딱코(코딱지).앙꼬.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동료는 입술 위에 수박씨를 붙이고 나를 놀리고 그랬다. 그러면 "미모가 나 정도 되니까 이 위치에 이만한 점이 있어도 소화되는 거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긴가민가하다가 "저기 점 있잖아. 전주원 맞아"하는 것도 많이 들었다.

▶성격 좋아 운동 시작=아버지는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회사원이었다. 아버지 친구 딸이 농구를 했는데 그게 무척 부러웠나 보다.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아버지는 학교에 찾아와 나를 조퇴시키고 농구선수 테스트에 데려갔다. 테스트받으러 온 선수들이 130명쯤 됐다. 나는 키도 크지 않고 운동신경도 별로였는데 합격했다. 당시 테스트를 했던 선일여중 황신철 선생님이 귤을 나눠줬는데 다른 아이들은 안 먹고 나 혼자 먹었다. 황 선생님은 내가 성격이 활발해서 운동을 잘할거라 생각했다 한다. 운동 안했으면 외과의사 했을 거다. 우리 반 개구리 해부를 내가 다 해줬다.

▶정주영 회장의 농구 열정=선일여고 시절 삼성과 현대의 스카우트 싸움에 휘말렸다가 현대로 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나를 꼭 뽑으라고 했다고 들었다. 입단한 뒤 창단 후 처음으로 삼성을 깼다. 현대그룹 전체가 좋아했다. 정 회장은 여자농구를 각별히 아꼈다. 청운동 현대체육관(현 신세계체육관)은 정 회장 자택과 걸어서 3분 거리 정도로 가까웠다. 정 회장이 직접 오셔서 "오늘은 우리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요"그랬다. 댁에 가면 프라자호텔 중식당에서 출장 나와 푸짐한 음식이 준비됐다. 정 회장이 "우리집에서 평소에 먹는 거 먹자"고 할 땐 북한식 만둣국이 나왔는데 엄청 맛있었다. 정 회장은 우리 경기를 다 보셨다. 생중계를 못 보면 비디오테이프를 구해서 꼭 봤다. 식사할 때면 "전주원 선수 며칠 전 경기에서 왜 그랬어요" 등으로 상세히 묻기도 하셨다.

▶언제까지 할 건가=2년 정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은퇴하고 다시 복귀하고 그런 거 별로 보기 좋지 않았는데 팀이 어렵다고 복귀를 자꾸 원했다. 부담된다. 플레잉코치는 코치보다는 선수에 가깝다. 5분 뛰어도 40분 뛸 체력이 있어야 되고 선수들 훈련할 때 똑같이 훈련해야 한다. 운동을 완전히 그만두면 대학 가서 공부 좀 한 뒤에 지도자를 하고 싶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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