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 맛난 것 나누는 이웃사촌 "신앙의 자세도 함께 나누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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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솔라따 수도회 강 디에고 신부(左)와 보광사 무진 스님

경기도 부천 옛 신앙촌 자리의 길 뒤로 한적한 숲이 있고, 그 안에 수도회가 자리잡고 있다. 꼰솔라따 수도회의 '위로의 샘터'. 하긴 꼰솔라따는 이탈리아어로 '위로'라는 뜻이니까. 7년 전 문을 연 이곳이야말로 이웃종교 불교를 포함해 종교간의 대화를 실천하고 있는 영성의 집이다. 실제로 샘터로 가는 좁은 길 옆에 조계종 비구니 사찰인 보광사가 있다. 수도회와 사찰이 이웃 간인 것이다.

이 곳 종교간의 대화는 4년 전 아랫집 보광사의 무진 스님이 추석 떡을 들고 수도회를 찾은 것이 계기. 스님의 출현에 수도회 신부들이 자극을 받았다. 그 분들이 유림, 원불교 등의 단체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종교간의 대화 모임에서 무진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참선을 지도하는 등 적극적인 인연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요. 그런데 동양과 서양의 다른 점이라면, 서양은 1+1 이 2가 되는데 반해 불교에서는 1+1이 100도 되고 0도 되면서 결국 자성(自性)을 보는 목표로 귀결이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불교를 알고 싶은 모든 분에게 저의 마음은 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무진(50) 비구니 스님은 춘천 출신. 출가 20년인 그는 하루 아침에 가정형편이 변해 꼭대기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체험을 하던 중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에서 온다는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했다.

"종교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를 묻는 데 있어요. 문제는 종교를 믿는다해도 뭘 믿는지도 모르고 가르치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단정을 짓거나, 절에서도 기도하면 그저 복을 받는다고 맹신을 하고 있으니까요."

비구니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강 디에고 신부(53)는 이탈리아 출신. 88년 한국에 와 인천지방에서 달동네 봉사를 마치고 99년 로마로 돌아갔다. 2002년 다시 귀환한 후 '위로의 샘터'를 운영해 왔다. 매월 열리는 신앙교육과 영성모임, 피정이 있지만 주도적으로 하는 모임이 바로 종교 간의 대화이다.

"대화의 목적은 같이 힘을 모으고 서로 관계 맺자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가톨릭 신앙을 포기할 수 없듯 스님도 신앙을 굳건히 지키잖아요. 다른 종교의 교리와 신앙의 힘을 깊이 알고 싶어요. 그래서 각 종교의 성지로 성지순례를 다니는데 전 요즘 천도교에 관한 관심이 커졌지요. 천도교가 우리 가톨릭과 가까워 한울님을 알고 싶어졌어요."

그에 따르면 이 수도회에 함께 모이면 무엇이 같고 무엇이 서로 다른지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신부가 스님 지도 아래 참선공부에 열중하는 것도 그 때문일까? 시익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쪽에 죽비까지 걸려 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성직자 이전에 이웃사촌. 실제로 신부님이 절에 가서 밥을 얻어 먹는 것도 스스럼없고, 이것 저것 나누며 살고 동네에 일어나는 일도 상의한다.

스님이 지난 봄에 선물한 꽃나무 하나가 샘터 정원에서 잘 크고 있는데, 그 모습이 보기에 좋다. 함박 웃음이 가득한 활짝 열린 마당에선 아무 종교도 강요하지 않으며 어떠한 종교도 앞세우지 않는다.

김나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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