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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연인「마리테레즈」와 딸「마야」그린 것|『고양이가 있는 정물』은 60년대의 대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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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베레모를 쓴 한 소녀가 성숙한 여인으로, 아기를 안은 자애로운 어머니로 변모돼 나타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걸작전은 금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파블로·피카소」의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엿보게 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31일까지).
86점의 출품작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피카소」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의 연인이었던 「마리·테레즈」가 중심을 이룬다.
명성에 뒤질세라 염문도 그치지 않았던 「피카소」가 「마리」를 만난 것은 그의 나이 46세때. 흑연으로 스케치한 『17세의 「마리·테레즈」의 네개의 초상화』(27년작)는 그가 「마리」를 그린 최초의 데생으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마리」와의 만남은 「피카소」의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미쳐 입체시대이래 그의 주요한 양식적 특징이던 거센 선에 의한 모난 형태를 유연하고 율동적인 선에 의한 둥근 형상으로의 변모를 가져다 주었다.
잠자는 「마리」연작의 최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 방석 위에서 잠자는 여인』(32년 작)을 비롯, 『화관을 쓴「마리·테레즈」(37년 작), 『팔굽을 받치고 있는 마리 테레즈』(39년 작)등은 그의 양식적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피카소」와 「마리」사이에서 태어난 딸「마야」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 눈이 내리는 날 첫 걸음마를 시작한「마야」를 그린 『첫눈』(이것은 「마야」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하다) 은 캔버스의 마에르가 드러나도록 긁어내는 수법을 쓰고있어 눈길을 끈다.
회화 출품작가운데 가장 최근에 그린 작품은 『고양이가 있는 정물』(62년 작). 생선·새우등이 놓여있는 탁자 위에 올라선 고양이를 그린 이 작품은 살기를 가득 담은 고양이와 그것을 응시하는 작가가 일체를 이루고 있어 60년대의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는 유명한 작품이다.
정물화가운데 『기타와 오린지가 있는 정과 그릇』(25년 작)은 「신고전주의시대의 정물」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구상성을 강조한 작품. 녹색과 갈색을 주조로 처리한 이 작품은 무게 있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작품과 함께 「마리」와 「마야」에게 보낸 20통의 편지가 선을 보이고 있어 위대한 화가로서뿐 아니라 여인을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의 「피카소」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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