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남미 관계·무역 등 감안|전면제재는 거의 불가능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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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레이건」대통령이 포클랜드 사태에 관해 그동안 내세웠던 「중립적 입장」을 포기하고 영국 편을 들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사태초기부터「레이건」행정부가 취해 왔던 일련의 방침을 현실화시킨 것뿐이다.
미 국방성 관리들은 입을 다물고 있으나, 미국은 또 거대한 C함 수송기를 영국군에 대여, 영국의 해리어 기들이 포클랜드해역에 파견될 수 있도록 비밀군사 지원까지 했다는 보고도 있고 보면 미국의 입장은 처음부터 결정돼 있었던 거나 다름없다.
「레이건」행정부가 영국지원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또 미 의회나 언론 등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레이건」행정부의 중립정책을 나무랐던 미 의회는 29일 전격적으로 대영 지원 결의안을 채택, 「레이건」에 큰 압력을 넣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중립입장을 철회함으로써 포클랜드분쟁은 이제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르엔티나 군은 미국제무기구입의 길이 막혀 타격을 보게는 되지만 그동안 아르헨티나가 준비해 둔 것을 고려하면 생각보다는 타격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반면 영국은 본국과 1만2천2천8백km나 떨어진 포클랜드에 가 있는 영국기동함대에 대한 유류 보급 문제가 미국의 지원으로 해결된다면 영국군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와의 전반적인 무역거래를 모두 금지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아르헨티나에서 압력을 가하기 위한 「상징적인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견해도 많다.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비교적 제한된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갈티에리」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레이건」행정부의 생각이 반영된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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