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애가 타다’에서 ‘애’는 무엇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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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초조한 마음을 표현할 때 ‘애가 탄다’는 말을 많이 쓴다. “밤이 늦도록 아이가 들어오지 않아 애가 탄다”처럼 사용된다. 여기에서 ‘애’는 무엇이기에 ‘타다’는 말이 붙는 것일까.

 ‘애’는 원래 창자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따라서 ‘애가 탄다’는 창자가 탄다는 의미다. 속이 매우 타 들어가 안타깝고 초조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애’는 지금은 초조한 마음속이나 몹시 수고로움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애가 말라 못 견디겠다” “부모가 자식 때문에 애를 말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애를 쓰면 그 책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등처럼 ‘애가 마르다’ ‘애를 말리다’ ‘애를 쓰다’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애’와 같이 우리말에는 신체에 비유하는 관용적 표현이 많다. 그러나 늘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수를 하는 내 앞에서 학교 자랑을 하는 친구를 보니 부아가 치밀었다”에서처럼 분한 마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부아’는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부아’는 ‘허파’를 의미한다. ‘부아가 돋았다’ ‘부아가 뒤집혔다’ 등과 같이 쓰인다.

 “그는 모차르트에 비견할 만한 천재성을 지녔다”에서 ‘비견’은 실력이 비슷함이란 뜻인데, 이 역시 신체와 관련이 있다. ‘비견(比肩)’의 ‘견(肩)’은 어깨를 뜻하며,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다.

 “책 속에 숨긴 성적표가 들통 날까 오금이 저려 왔다”에서와 같이 잘못이 들통 날까 마음을 졸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는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가리킨다.

 “슬하에 자녀는 몇이나 두었습니까”와 같이 쓰이는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를 가리키며, 주로 어버이의 보살핌 아래를 의미한다.

 “요즘 프로야구가 초미의 관심사다”에서의 ‘초미(焦眉)’는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급한 관심사, 즉 최근 제일 뜨거운 관심사를 말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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